[세트] 빨치산의 딸 1~2 세트 - 전2권
정지아 지음 / 필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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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금서였던 책. 금서가 된 이유는 단순하다. 빨치산을 다루고 있기 때문. 빨치산이 누구인가? 북한을 주적으로 하고 있는 지금, 빨치산은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세력이었으니,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는 용납되지 못하는 존재다.


오죽하면 종북좌빨이라는 말이 상대를 옥죄는 용어로 쓰이겠는가? 그럼에도 예전처럼 금서로 지정해서 판매를 금지할 수는 없다. 형식적 민주주의나마 이루었기 때문인데...


예전에 발간되었다가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고, 다시 시일이 흐른 다음에 발간이 되었다는 소설. 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읽어보지 못했던 소설.


그러다 의문이 생겼다. 이상하네... 소설을 읽다보니 이태의 남부군 이야기가 나오던데, 남부군이야말로 빨치산의 수기 아닌가. 그런 빨치산 수기도 판매가 되었었는데, 어째서 소설인 이 작품은 판매가 금지되었지?


  무언가 다른 점이 있을텐데... 하다못해 남부군은 영화로도 만들어졌지 않은가. 도대체 이 소설과 남부군이 무엇이 다르지? 궁금증이 일었다.


  이런 궁금증은 읽어가면서 해소되겠지 했는데, 그래도 소설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처음 부분은 제목에 걸맞게 빨치산의 딸이 자라면서 겪는 일을 중심으로 서술이 된다.


  빨치산의 딸. 좀더 강하게 말하면 빨갱이의 딸. 1970년대 빨갱이의 딸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연좌제라는 것이 있어서 취업에도 제한이 있었기 때문. 특히 공무원이 되려면 신원조회라는 것을 해서 공산주의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 친척 중에 없어야 했다.


  하물며 아빠-엄마가 빨치산 출신이라면 살아가는데 엄청난 제약을 받을 테다. 그래서 좌절에 빠진 딸의 성장사가 소설의 첫부분을 장식한다. 슬프다. 자신의 의지가 아님에도 자신의 인생을 뜻대로 살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


그러다 딸은 차츰 부모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해의 결과가 소설에서 펼쳐진다. 아빠의 빨치산으로서의 삶과 엄마의 빨치산으로서의 삶이.


소설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개인의 경험에 기반해서 서술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사실성이 높은 소설이다. 그것도 직접 체험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으니.


지리산을 중심으로 덕유산, 백아산, 백운산 등등 빨치산들이 지내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고, 그럼에도 그들이 지녔던 사상, 희망이 소설 속에서 가감없이 표현되고 있다.


이런 가감없는 표현이 판매금지를 불러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지운다고, 가린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빨치산들이 벌였던 일들 역시 우리 현대사의 일부분이다. 그러니 가려서는 안 된다.


그들이 왜 산으로 들어갔고, 그들이 원하던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으며, 그렇게 힘든 조건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야 한다.


사상이 다르다고 해도 역사 속에서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소설은 험난한 빨치산 생활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그들이 그런 조건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지냈던 생활들을 보여준다. 


그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좌절. 그런 역사가 있었음을 소설은 너무도 잘 보여준다. 소설로 읽어도 되지만 빨치산의 수기로 읽어도 좋을 작품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그냥 읽으면 될 것을... 아직도 남과 북이 나뉘어 있는 이 현실이. 그리고 소설을 다 읽으면 어떤 점에서 이태의 [남부군]과 다른지 알 수 있다.


전쟁이 끝났을 때 남한에 남겨진 빨치산들. 북쪽에서도 남쪽에서도 살아갈 수 없게 된 그들이 느꼈던 마음에 대한 서술에서 두 작품은 차이가 있으니...


이 소설을 읽은 다음 같은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면 그 후 그들의 삶을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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