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제목이 '수취인 불명'이다. 누가 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누군가에게 말을 건넨다. 수취인 불명이라는 말은 다른 말로 하면 누구나 받아서 보라는 얘기가 된다.


  누구나 받을 수 있다는 말은 거꾸로 하면 누구도 받지 않을 수있다는 말과도 통한다. 이러니 수취인 불명은 참 어려운 말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특정해서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힘들 때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고 그냥 말한다.


  그 누군가가 글을 읽는 당신이기를 바라면서... 읽는 사람들이 건네고 싶은 말을 들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수취인 불명이라는 말을 쓸 수도 있다.


빅이슈 이번 호를 읽으면서는 이런 수취인 불명이라는 말과 벽이라는 말을 연결짓게 된다. 벽, 담장, 장벽 등... 남과 나를 가르는 존재. 그것이 바로 벽이다. 그리고 내가 벽을 느끼면 수취인을 명시하지 않게 된다.


그냥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전달을 한다.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당신이라고 지칭하지는 않겠다. 다만, 당신이 내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수취인 불명이라고 하지만 그건 당신과 나 사이에 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발 그 벽을 허물어달라는 말이다.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동물권행동 카라 조현정 정책기힉팀장'의 인터뷰 글과 '승리일 수 없는 승리'라는 글, '산양 집 빼앗고 15분 만에 설악산 정상 정복하고 싶어?'라는 글과 '우리, 오프라인에서 더 많이 만나자'라는 글을 읽으면서 이들이 말하는 대상이 바로 수취인불명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딱히 누구라고 꼭 집어 말할 수가 없다. 다들 욕망을 지닌 인간들이고,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이니까. 하지만 나 말고 다른 존재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 나만큼 그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존중할 때 벽은 허물어지지 않을까 하는데...


이렇게 벽을 허물기까지 수취인 불명으로 계속 말을 걸어야 한다. 수취인이 정해지면 그 수취인이 내가 무얼 잘못했다고 하면서 벽을 더 두텁게 쌓을 수 있으니...


결국 내 말을 듣는 사람을 특정한다는 것은 그 존재와 나 사이에 신뢰관계가 쌓였다는 뜻, 또는 적어도 내 말을 말로 들을 수 있는 귀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일테니.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절대로 상대의 말이 들어오지 않는다. 귀는 있으나 들을 귀는 없다. 들을 귀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노여워하는 귀만 있다. 내 귀에 거슬리는 말은 듣지 않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든 말을 못 하게 막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들, 수취인 불명으로 말들을 할 수밖에 없다. 수취인 불명이 아니라 귀에 거슬리는 말이라도 자연스레 할 수 있는 관계, 이는 자꾸 만나야 한다. 만나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함께하다 보면 자연스레 벽이 점점 얇아진다.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예전 같으면 오해로 갈등이 커질 문제들이 대화로 해결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된다. 그래야만 한다. 예전에 철의 장막(구 소련), 죽의 장막(중국)이라는 말이 있었다. 여기에 인의 장막이라고 가장 무서운 장막은 사람들이 가로막는 벽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인의 장막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자신이 마음에 쌓은 마음의 벽(마음의 장막, 심의 장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에 장벽이 쌓이면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냥 내 맘에 맞는 말을 하는 사람만 곁에 두게 된다. 그러니 편견은 확증이 되고, 그 확증은 상대를 배척하는 근거로 활용이 된다. 


이런 마음의 장벽이 있는 사람에게는 결국 말은 수취인 불명으로 닿을 수밖에 없다. 그가 그런 말들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이때 마음의 장벽이 있는 사람에게가 아니라 그가 들을 수밖에 없도록 더욱 많은 사람에게 말을 걸 수 있다. 말을 걸어야 한다. 이때 하는 말들이 수취인 불명으로 말해지게 된다.


하, 수취인 불명이라니...개인 신상이 몇 분이면 다 털리는 세상에서... 이 말이 슬프게 들리지 않으려면 누구나 다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이라고 바꿔야 하겠지.


이렇게 [빅이슈]가 누군가에게 건넨 말. 수취인 불명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수취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에게 들을 귀를 만들어주는 잡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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