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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4월
평점 :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2023년이 다 갈 때쯤 되어서야 읽은 소설집. 젊은작가상이라는 이름에 맞게 등단한 지 얼마되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집이다. 그런데도 이미 소설집을 여러 권 작가들이 많다. 문단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받아들여도 되겠지.
또 최근 소설의 추이를 알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가끔은 의무적으로라도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시와 소설의 홍수라고 해야 하나? 인문학이 죽어가고 있는 시대에, 문학 역시 인문학의 한 분야이니 죽어가고 있다고 해야 하는데,출판 분야를 보면 인문학이든 문학이든 참 많은 책들이 나온다. 그 많은 책들이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는지 물으면 그렇다라는 대답을 하기 힘들지만.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도 마찬가지다. 소설의 홍수 속에서 그래도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작품들을 선정해 책으로 발간했으니 많이 읽혀야 하는데... 많은 소설들이 많은 독작에게 가 닿지 못하고 작가와 평론가들의 세계에서만 머무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이 중요한데, 요즘 학교 교육을 보면 소설이나 시를 수록한 교과서는 별로 없다.
오로지 대학 입학을 위해서 국어(문학)공부를 한다고 하면 수능에서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문학보다는 다른 글들이 많이 실리고 문제도 많이 나오니, 이제는 학창 시절에 문학을 공부하는 비중도 적고, 그렇기 때문에 학교를 통해 문학과 만나고, 그 만남을 지속하는 경우도 드물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은 없다. 소설이 사람들의 마음에 닿아야 하겠지.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는 평론가들의 평론보다는 일반 사람들의 말이, 글이 더 소설을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게 한다.
즉, 소설은 전문가들의 홍보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홍보를 통해서 널리 퍼지게 되는데, 일반 사람들이 홍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려야 한다. 야, 이건 우리 이야기구나! 하거나 완전 내 이야기네 하는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젊은 작가상'은 일반인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여지를 더 많이 두고 있다고 하겠다.
첫소설인 이미상이 쓴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은 그런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설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이 소설을 읽으면서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이 살아가는 모습을 생각하게도 된다. 그들의 삶이 바로 소설이라고 보면서...
목경은 우리와 비슷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즉 목경을 평균적인 삶에 놓고 보면 모래 고모와 무경은 평균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단편소설이라 무경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자세히 나와 있지는 않지만 무경은 사회 생활을 거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래 이모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변변한 직업을 갖지 않고 가족을 돌보면서 생활을 하는 모래 이모, 그러나 모래 이모는 가끔 가출을 감행한다. 그 가출이 다른 가족에게로 가는 경우가 많지만 나중에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결말로 간다. 무경은 반대다. 무경은 가출을 하지 않는다. 무경은 원가족을 벗어나지 않는다. 원가족이 무경의 삶을 책임지게 한다.
이와는 다르게 목경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냥 사회에 적응해서 살아가려는 사람... 그런데 소설은 '모험'이라는 말을 썼다. 어떤 삶이든 모험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삶도 하루하루가 모험이다. 이런 평범에서 벗어난 삶 역시 모험이다. 작가는 어떤 모험이 바람직한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야기할 수도 없다. 우리네 삶 자체가 모험이라면...
그렇다면 소설 역시 이런 삶을 표현해야 한다. 이런 삶이 표현된 소설 역시 모험이다. 어떤 소설이든 모험일 수밖에 없다.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모험... 삶의 모험과 소설의 모험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겹쳐졌다.
"단편소설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한 포인트를 융기시킨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 불쑥 솟은 한순간 아래 모든 문장과 장면이 깔리게 되는 거죠. 좀 비민주적이지 않아요?"(41쪽)
소설 속 동생인 작가가 하는 말이다. 그래서 한 포인트가 융기되지 않는 소설을 쓰기 때문에 인기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런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또는 쓰지 못한다고 하고 있으니, 우리 삶을 대비해 보자.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떤 한 순간이 융기했다면 나머지 삶들은 어떠했을까? 그 삶들은 융기한 한 순간을 위해 존재했을까? 아니다. 삶은 융기했든 평평했든 다 소중한 삶이다. 어떤 삶이든 다 모험이고, 순간순간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긴장된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니 삶에서 어떤 한 순간만을 만들어내려고 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삶도 그렇다. 내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을 비교하면서 저 사람의 삶은 저렇게 훌륭한데 왜 내 삶은 이다지도 형편없을까 라고 할 필요가 없다. 아니, 해서는 안 된다. 돋보이는 삶과 대비되는 보통의 삶들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삶도 소중하지 않은 삶이 없다. 그리고 이 세상에 나왔다는 자체만으로 삶은 모험이고, 누구에게나 소중한 체험이다. 그것을 알아줄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삶의 여정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소설을 비롯한 문학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융기한 작품이 아니라 쓰인 한편한편이 모두 소중한 작품이고, 그 작품들이 자신을 알아줄 존재를 찾아 모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 이미상 소설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작품집에 실린 다른 작품들도 여러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으니 이들의 모험을 만나볼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