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근희의 행진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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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이다.


주인공들은 대체로 젊은이들이다. 대체로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나의 방광, 나의 지구'에 등장하는 인물은 중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 역시 젊은이가 겪는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소설의 인물들은 모두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대변한다. 부유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날 그날 먹고 살기 바쁜, 자신의 미래를 점치기 힘든 그런 사람들.


미래를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고통을 참고 견디라고 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고통이 미래에도 계속 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미래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현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좌절한다.


집을 구하기도 힘들고, 결혼을 하기도 힘들며, 가족들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놓인 젊은이들이 이 소설집에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절망에 빠지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아주 칙칙한 분위기를 풍기지도 않는다. 칙칙한 분위기를 풍기기에는 그런 삶이 만연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래가 불투명할지라도 그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너희 미래는 없어!'라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고단한 삶일지라도 자신의 삶이기 때문이다.


소설집의 제목이 된 소설 '젊은 근희의 행진'을 봐도 그렇다. 요즘 추세에 맞게 유튜브 방송을 하는 근희. 그런 근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문희. 하지만 문희가 아무리 못마땅하게 여기더라도 근희는 근희의 생활이 있다.


이 점을 근희의 편지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자신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잣대로 평가하지 말라는, 그런 평가는 편견으로 이루어지고 더욱 강화될 뿐이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아달라는 근희의 편지. 그것이 바로 기성세대의 눈으로 청년들을 평가하지 말라는 의미다.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의 관점(그것이 옳다고 여기면서 젊은이들의 행동을 잘못되었다고 재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을 고수하면서 젊은이들에게 훈계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훈계는 훈계가 아니라 잔소리, 또는 꼰대짓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젊은이들은 그들만의 삶을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으므로.


그만큼 이 소설집에서는 2000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잘 그려지고 있다. 그런 젊은이들의 모습, 힘들지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기성세대들이 지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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