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사도들 - 최재천이 만난 다윈주의자들 드디어 다윈 6
최재천 지음,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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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사도'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도란 거룩한 일을 위하여 헌신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제일 먼저 나와 있지만, 대부분은 예수의 제자들을 의미할 때 쓴다. 또한 그런 의미를 확장하여 스승의 뜻을 따르는 사람들을 일컫기도 하고.


그렇다면 사도들은 스승의 뜻을 거역하지 않는다. 또한 스승을 뛰어넘지 않는다. 스승의 뜻을 이어받아 그를 남들에게 전파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사도란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는 한계에 갇힌 존재를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다윈의 학설을 더욱 발전시킨 12사람을 인터뷰한 결과를 묶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사도들이라는 말을 붙인 것은 이들이 다윈의 학설을 지지하고, 다윈의 학설을 우리들에게 널리 알린 공로를 들어서 하는 말이다. 그러니 참 좋은 말이긴 한데...


대담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다윈의 위대함이다. 그의 위대함이 지금 그들을 낳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다윈의 위대함과 더불어 다윈의 잘못도 다루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다윈의 잘못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진화론으로만 기억하고 있는 다윈이었다. 다윈은 진화론의 창시자로서 역할을 했을 뿐, 지금 과학계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진다.


다윈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학설은 계속 진화한다. 그렇다면 그의 학설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계속 발전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윈은 이런 학설에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대담집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다윈의 학설은 단순하다는 점에 있음을 알았다. 그들이 계속 강조하는 것은 다윈의 주장은 단순하다는 것이다. 이 단순함이 생물들의 진화를 설명하는데 유용하다는 것.


그렇다. 이론이 단순할수록 이해하기 쉽다. 또한 그 단순함으로 인해서 다양한 분야로 벋어나갈 수 있다.  


다들 다윈의 이론은 아래에서 위로, 단순함으로 생물학을 설명하고 있다고 하던데, 이 말을 듣는 순간 코페르니쿠스가 생각났다.


천동설을 지동설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 오죽하면 칸트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고도 했겠는가.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역할. 


천문학이, 과학이 더 발전했다고 해서 코페르니쿠스의 업적이 사라지지 않듯이, 다윈의 업적도 사라지지 않는데, 코페르니쿠스가 천동설 이론으로는 천체의 운행을 단순하고 깔끔하게 설명하기 힘들다는 데서 천동설의 문제점을 느꼈다고 하는데...


그래서 지동설로 바꾸었더니 천체의 운행이 단순하고 명료하게 설명이 되더라는, 그런 구절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는데, 다윈의 이론도 마찬가지다. 단순 명료.


여기서 출발하면 된다. 또한 과학자로서 다윈은 증거를 확보하기까지 자신의 이론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 사회의 분위기가 엄중해서 안전을 고려해서 발표를 연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론이 옳은지 그른지를 확인하기 위한 시간을 가진 것이 진화론을 발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


이런 태도가 바로 과학자가 지녀야 할 자세 아니던가. 그렇게 이 책을 통해서 다윈의 진화론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과학자의 태도에 대해서, 왜 사람들이 다윈, 다윈 하는지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속칭 다윈의 사도라고 칭하는 사람들 역시 다윈의 절대성 속에 무조건 자신들을 밀어넣지 않고 있음을... 다윈의 사도들은 다윈의 이론에서 출발해 더 진전된 과학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사도란 말에 대해서 지금도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이 책에 나온 사도들처럼 무조건적이지는 않음을... 이것이 바로 과학이고 과학자들의 태도임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널리 이름을 날린 최재천이라는 학자가 다윈의 사도들이라고 만난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 이름만 여기에 적는다.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우리나라에 이 사람들 책이 많이 번역되어 있다고 하니, 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 아니면 다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이 책 뒤에 실린 부록을 참고하면 좋겠다.


자 , 열두 사도들이 누구인지.. 그들은 단순히 다윈 추종자라고 해서는 안 되고, 다윈의 학설을 받아들여 더욱 발전시킨 사람들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부부. 일심동체라고 한 사람으로 여기서 다룬다), 헬레나 크로닌, 스티븐 핑커,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피터 크레인, 마쓰자와 데쓰로, 스티브 존스, 매트 리들리와 마이클 셔머, 제임스 왓슨, 재닛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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