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의 식탁
박현수 지음 / 이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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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약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식민지의 식탁이라니... 식민지 음식이 따로 있단 말인가 하는 의구심.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식민지란 바로 일제강점기를 의미하고, 식탁이란 그 당시 사람들이 조선에서 먹었던 음식을 말한다. 그것도 집에서 먹는 가정식보다는 외식을 할 때 먹는 음식들.


즉 집에서 해 먹는 음식이 아니라 돈을 주고 먹어야 하는 음식들에 대한 소개라고 보면 된다. 근대가 되면서 우리나라에 어떤 음식들이 들어왔고, 그것들이 음식 문화로 자리잡았는지를 알려주는 책.


첫 시작을 이광수의 <무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최초의 근대소설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광수의 <무정>. 여기서 샌드위치가 나온다. 아마 이 책이 아니었다면 <무정>에 나오는 음식은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차 안에서 병욱이 영채에게 음식을 준 장면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음식이 샌드위치였다는 사실을 어찌 기억하겠는가.


이렇게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나온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소설이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문학이니, 소설 속에 나온 음식들은 당시 사람들에게 친숙한 음식일 수밖에 없다. 또한 소설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언급할 정도라면 이미 사회에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고.


<무정>이라는 소설부터 시작해서 거의 발표된 연대 순으로 음식들을 등장시킨다. <무정>에 이어서는 염상섭이 쓴 <만세전>이다. 물론 예전에 읽었을 때는 음식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런 책을 통해서나 이인화가 먹게 되는 음식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된다.


<무정>이나 <만세전>에 나오는 음식은 여행하면서 먹는 음식이다. 기차라는 근대 문명의 도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음식들. 그만큼 식민지를 만들기 위해서 제국주의는 철도를 부설하고, 기차를 운용했으며, 그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또 기차와 기차를 연결하는데 바다로 막혀 있으면 배를 이용해서 연결을 시키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하게 된다. (관부연락선이라는 말이 바로 일본과 조선, 그리고 만주의 철도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배를 의미한다고)


낯선 음식이었을 것이다. 기차라는 문물도 낯설었을테니.. 그러다 이런 문물이 일상이 되면서 다른 음식들이 등장한다.


이제는 가게에서 파는 음식들 이야기로 가게 된다. 현진건이 쓴 <운수 좋은 날>이다. 바로 설렁탕이야기. 지금도 많이 먹는 설렁탕이니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 없을 듯하지만 아니다. 설렁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읽을수록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왜 하필 현진건이 김첨지 아내를 통해 '설렁탕'이 먹고 싶다고 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영양이 좋아 보양식으로 많이 먹었다는 사실.


이제 책은 선술집, 카페, 빠에 대한 이야기로 가다가 김유정으로 오면 시골 주막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감자'도 빼놓지 않고. 


30년대가 되면 서양식이 소설에 나오기 시작한다. 카페는 기본이다. 이상이 '제비'라는 카페를 차렸다는 사실도 우리가 알고 있지 않은가.


이런 이상과 친구인 박태원이 그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로 '카페'를 선택했다는 사실. 이상도 선술집을 무척 좋아했다는 사실이 이 책에서 언급된다.


여기에 <날개>에 나왔던 미츠코시 백화점에서 파는 음식들 이야기가 나오고, 조선호텔에서 파는 음식들까지 다양한 일제강점기 시대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서 당시 어떤 음식들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즐겨 찾았으며, 그것들의 가격은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당시 발표되었던 소설을 만나게 되고, 그 소설을 통해서 음식을 만나게 된다.


이렇듯 일제강점기에 사람들이 외식으로 먹었던 음식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소설과 음식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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