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모옌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세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소, 삼십 년 전의 어느 장거리 경주'


다 다른 내용이지만, 공통점을 굳이 찾으라면, 주인공들이 잘사는 사람,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 투철한 공산주의 사상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하층민, 우리가 서민이라고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공산주의가 자리를 잡아갈 무렵, 만인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과연 그런 세상이 왔을까, 이들은 혁명 전후를 비교하지만, 혁명 이후에 무엇이 나아졌는지 묻고 있다.


아니, 혁명을 통해서 과연 사람들이 지닌 기본적인 감정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점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겪게 되는 여러 일들이 체제를 막론하고 일어날 수 있음을 모옌은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공산주의가 한창 자리를 잡아가야 할 때를 배경으로 그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소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공산주의 사회의 허구성, 폐쇄성, 폭력성을 직접적으로 고발하는 소설도 아니다. 어느 체제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경직된 관료들, 그런 사회에서도 나름대로 융통성을 발휘해서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 소설에 잘 나와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읽다보면 그 체제에서도 참 많은 문제들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체제의 우월성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살피고, 그들이 잘살아가는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함을 소설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평생 모범 노동자로 살던 사람이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정리해고 되는 모습, 그런 사회가 어찌 공산주의 사회겠는가? 체제와 상관없이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공장은 사라지고, 노동자들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는 처지. 그들을 도와줄 체제는 없다.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에 나오는 주인공은 살 길을 찾다가 연인들이 사랑을 나눌 장소를 만들어 돈을 버는 라오 딩, 이 소설에서 딩 사부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가 겪는 일은 우리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각자도생. 이것을 이 소설은 유머러스한 문체로 풀어가고 있다.


'소'는 더 해학적이다. 우리나라 김유정의 소설을 연상시키는 소설인데, 불까기한 소를 살리기 위해 밤새도록 끌고다녀야 하는 순박한? 시골 소년과 노인. 이들의 노력에도 소는 죽고, 그 다음이 풍자적이다. 그 소를 키우는 생산대에 주지 않고 자신들이 요리해 먹은 간부들이 식중독에 걸려 죽을 고비를 겪는 내용.


그렇다. 어떤 사회에서도 윗사람들은 잘먹고 잘산다. 그들은 없는 사람들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특출난 재주가 있다. 그런 재주를 이 소설에서 잘 볼 수 있다.


마지막에 실린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우파'로 몰리면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지만, 우파들이 어떻게 우파가 되었는지를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냥 우파가 필요했을 뿐이다. 세상에 행진할 때 오른발이 먼저 나갔다고 우파라니?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어느 마을이든 우파가 꼭 필요했기에 이런 이유로도 우파가 될 수 있었음을, 마을의 장거리 경주를 배경으로, 과거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소년의 눈으로 본 그 우파나 또 그 마을 사람들의 모습인데...


오래 전 마오쩌뚱이 중국을 공산주의 사회로 만들려고 했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음을 모옌 소설을 통해서 알 수 있고, 해학적으로 표현한 이 소설들을 통해서 경직된 사회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있음을, 그런 것이 바로 삶임을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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