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는 신기하게 편집장의 글이 없다. 잘못됐나 하고 찾아보아도 목차에 없으니, 편집장의 글은 생략했나 보다. 작은 변화라고 해야 하나?


  어지러운 세상에 밝은 내용이 실려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물론 재개발로 인해 쫓겨가는 사람들 이야기도 있지만, 그럼에도 세상은 희망이 있음을...


  김연수 소설 제목처럼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있으므로,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시골살이에 대한 글도 있는데, 이상한 기후로 인해서 몸이 적응하지 못하는 상태.


인간이 자연을 얼마나 망쳐놓았는지, 기후의 변화로 체감하게 된다. 3월에는 초여름과 같은 날씨가 되어 꽃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빨리 피고 지더니, 4월이 되니, 쌀쌀해진다. 본래 날씨가 어떤 날씨였는지 잊어버릴 지경.


이럴 때 시골살이를 하는 사람들은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욕심부리지 않고 흐름대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남의 것을 더 독차지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겠지. 빈부격차가 벌어지는 대신, 서로가 서로에게 베푸는 삶을 살아가겠지.


이번 호에 실린 빅판의 이야기를 보면 돈이 잘 벌릴 때 주변에 와서 결국 그 돈을 다 날리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남과 더불어 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 그래서 시골살이에 대한 글들을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


여기에 여성 홈리스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글을 보면서, 재개발로 쫓겨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재개발로 그들이 살 집을 마련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첫번째 글에 빅판들이 전철역에서 활발하게 판매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글을 읽으면서, 그렇게 되는 날들이 왔으면 좋겠다. 음식점 앞에서 권력자에게 아부하려 주욱 도열해 있는 모습이 아니라, 빅이슈를 사기 위해 빅판 곁에 사람들이 있는 모습.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배민영의 글로 마무리한다.


'나는 [빅이슈]만이 만들 수 있는 지하철역 앞 풍경이 다시 펼쳐지기를 소망한다.'(12쪽) 그래, 권력자의 곁에 어떻게든 서 있으려고 하는 모습 말고, [빅이슈]를 사기 위해, 또는 빅이슈 판매원과 함께 하기 위해 곁에 서 있는 모습.


온라인도 좋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빅이슈]를 주고 받는 모습. 그런 모습이 올해는 펼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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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길을묻다 2023-04-11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빅이슈를 읽는 것 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베푸는 일입니다

kinye91 2023-04-11 10:52   좋아요 0 | URL
빅이슈를 읽는 일이 누군가에게 베푼다고 해주시니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받는 삶과 베푸는 삶이 조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