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도시 - 우리 시대 노점상을 말하다
최인기 지음 / 나름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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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노점상이라는 말에서 '노'자가 길 '로(路)'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길 가에서 장사하는 사람이라고... 한데, 이 책은 시작에서 노점상에서 '노'자가 길 '로'자가 아니라 이슬 '로(露)'자라고한다. 이슬을 맞으면서 장사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이슬을 맞는다는 말, 이는 길 가에서 생활한다는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슬을 피할 집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노숙인이라는 말에서 '노'자 역시 길이 아니라 이슬을 뜻하는 이슬 '로'자를 쓴다고 한다.


그러니 노점상이나 노숙인이라는 말에는 이미 가난이 포함되어 있다. 이슬을 피하지 못하고 맞는 사람이니까.


그런 그들에게 이슬보다도 무서운 일은 단속이다. 그냥 단속이 아니다. 과태료를 물게 되는 일도 그들의 생활에 큰 타격을 주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단속은 과태료 부과뿐이 아니라 아예 장사하는 물건들을 압수하는 일이었다. 압수만이 아니라 파괴까지 했으니...


그것도 공무원들이 하지 않고 용역을 써서... 영화 [똥파리]를 보면 용역들이 어떻게 노점상들을 괴롭히는지, 그것이 경찰의 묵인 아래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노점상들도 그런 일을 겪어 왔다. 살기 힘들어서 살 수 있는 도시로 왔지만, 도시에서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마지막으로 몰린 것이 바로 노점. 그러나 그 노점마저도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덮이고, 언제든 쫓겨날 위기에 처하고 있으니...


노점상들은 그래서 목숨을 걸고 자신의 노점을 지키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들의 죽음을 딛고 노점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하겠지만, 노점들은 여전히 이슬을 맞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노점상들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노점상들이 싸워온 역사를 보여주며, 세계의 노점상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간략하게 살피고 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노점상들이 합법적으로 장사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존할 수 있는 도시... 가난과 부가 함께 지낼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가난의 도시라는 말을 떨쳐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서울에서 노점상들이 많은 곳은 주말 신설동과 동묘다. 그 거리에는 온갖 노점들이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신설동, 동묘에는 큰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예전에 노점상들이 물건을 늘어놓던 곳들이 하나하나 사라져 가고 있다.


최대의 벼룩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그곳, 주말이면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몰리는 그곳도, 개발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갈지 알 수가 없다.


도시는 계속 화려해지고, 부유해지는 외관을 지니지만,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자신이 살던 곳에서마저 쫓겨나고 있다. 그래서 '가난의 도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쫓겨나고 있는 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안다. 다행히도 노점을 합법화하는 경우도 있어서, 어느 정도 그들이 살 길을 열어주고는 있지만, 그것 역시 노점상들이 지난한 투쟁을 통해서 얻어낸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노점상들의 역사, 과거와 현재를 살필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한 말을 인용하면서 맺는다. 이런 사회가 잘사는 사회 아닐까 하면서.


'노점상은 사라질 수 없고 결코 사라져서도 안 된다. 노점상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살리면서 노점상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그러면 노점상은 이슬처럼 모든 이와 어울려 도시를 촉촉하게 하는 존재로 날마다 새로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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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2-26 1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글.감사드립니다. 거리의 노/이슬 노..어느쪽이든.가난과 결부되는.거네요....^^;;;

kinye91 2022-12-27 11:35   좋아요 1 | URL
맞아요. 길거리나 이슬이나 다 가난하고 결부되죠. 가난으로 인해 절벽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