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자들 - 폭력은 빈곤을 먹고 자란다
게리 하우겐 외 지음, 최요한 옮김 / 옐로브릭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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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CUST EFFECT'라고 한다. 우리말로 간단하게 번역하면 '메뚜기 효과'다. 메뚜기? 곤충, 그리고 그가 일으키는 효과? 잘 이해가 안 되지만, 메뚜기를 메뚜기떼이라고 번역하면 이해가 될 수 있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백, 천 마리가 아니고 수 억마리의 메뚜기떼가 날아온다면, 그 마을은 폐허가 된다. 식량을 비롯해서 메뚜기떼는 우리가 쓸 수 있는 것들을 남겨놓지 않는다. 그들이 휩쓸고 지나간 마을은 그야말로 폐허가 된다.


이 책 제목이 그렇다. 어떤 것이 메뚜기떼와 같은 역할을 할까? 바로 폭력이다. 사람을 강압으로 다루는 일. 성폭력부터 시작해서 현대판 노예제라고 할 수 있는 강제노동까지.


많은 구호단체에서 가난을 구제하기 위한 활동을 많이 한다. 지원도 많다. 그런데도 세계에서 가난은 없어지지 않는다. 지금도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고 한다. 굶주리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들은 여전히 강간과 살인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라도 많다.


왜 그럴까? 그많은 구호는 다 어디로 갔을까? 저자는 지원의 우선 순위가 바뀌었기 때문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즉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법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한다.


빈곤한 사람들을 폭력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지원한 구호물품들 역시 그들 생활을 개선하는데 쓰일 수 없다고 한다.


구호물품을 받으면 무엇하나? 금방 빼앗기거나 또는 목숨을 잃게 되는데... 빼앗아간 사람들이나 목숨을 앗아간 사람들, 또는 성폭행을 한 사람들을 처벌할 수 없는 나라라고 하면, 빈민들에게 제공되는 구호물품은 그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목숨을 얼마간 연장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점을 이 책 앞부분에서 사례와 더불어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구호물품보다는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을.


그래서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사법체계를 개선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폭력을 휘두른 자들을 제대로 처벌한다면 빈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아도 자신의 생명이나 재산을 언제든 빼앗길 수 있다면, 그리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면 어떤 마음으로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는 희망이 없을텐데, 바로 그 희망을 찾아주는 일, 그것은 사법체계를 제대로 세우는 일이라고 한다. 즉, 빈곤을 먹고 자라는 폭력을 없애는 방법은 폭력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 지원을 하고, 성공 사례를 이 책의 후반부에서 다루고 있는데... 타당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찰, 검찰, 법원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면, 힘이 없는 사람들은 계속 당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원조는 그들에게 갈 수가 없다. 


부패와 비리와 폭력이 판치는 사회에서 빈곤은 더욱 빈곤을 부를 뿐이다. 권력은 권력과 부를 낳고, 집중시키는 반면에 빈곤은 계속 빈곤을 낳을 수밖에 없는 현실. 그것은 비리와 부패, 폭력이 쌍을 이루는 사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법체계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폭력은 반드시 처벌된다는 것을 각인시킨다면? 또 폭력은 용인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면?


그런 사회에서는 폭력은 더이상 증식할 수 없다. 줄어드는 일밖에 없다. 그러므로 빈곤을 해소하는 일에 폭력을 처벌하는 것이 꼭 필요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후반부에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고, 그것의 성공 사례를 과시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약간의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옳은 이야기다. 


사법체계가 제대로 작동해야지만,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테니. 그렇다고 사법체계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도 안 된다. 저자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듯이.


'법집행은 폭력의 복잡한 사회적 원인, 곧 문화 규범, 젠더 편견, 경제적 좌절과 불평등, 교육 부족, 약자의 소외 따위를 중재하는 활동과 반드시 연계해야 효과가 크다.' (170-171쪽) 


우리는 이제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한다. 폭력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형성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사법체계를 지니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직도 약자들의 시위를 불법으로만 몰아가는, 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되는,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그런 행위를 한다고만 보고, 법으로 그들을 처벌하려고만 한다면, 과연 법은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앞에서 인용한 저자들의 말, 약자들을 위해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법은 강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약자를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 이 책에서 법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나라는 반대로 법이 작동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야 가난, 불평등 등이 해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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