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소설Q
박서련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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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예전 만화에서나 들을 법한 이름. 그런데 소설에 마법소녀가 등장했다. 환타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했더니,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물론 마법을 부린다. 미래를 보는,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거대하게 변하는 등등의 마법을 부리는 소녀.


그런데 왜 소녀일까? 한때 만화영화 중에 '세일러문'이 있었는데, 그와 비슷한가? 아니면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시공간을 자유롭게 다닐 수가 있나?


물론 소설에서 마법소녀들은 자신만의 마법을 행사할 수 있다. 모두가 그러지는 않는다. 마법을 각성한 소녀들. 그리고 그들은 자신만의 마법 기물을 가지고 다닌다.


세상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 앞에 마법소녀가 나타나, 당신이 시간의 마법소녀라고 말한다.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 소녀. 얼마나 매력적인가. 게다가 막강한 힘을 발휘해서 지구가 겪고 있는 기후 재앙을 해결할 수가 있단다.


기후 재앙으로 지구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기 힘들어질 때 그를 시간의 마법소녀가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 그렇다. 위기에서는 늘 영웅이 나타난다.


지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어벤져스'가 나타나지 않던가. 어릴 적 보았던 마징가Z나 태권V, 또는 세일러문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의 위기를 다른 존재를 통해서 극복하고자 한다. 그런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자초한 위기를 특정한 영웅에게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마법 기물, 주인공은 자신이 마법소녀라는 사실도 잘 믿지 않지만, 또한 기물(소설에서는 '마구'라고 나온다)로 받은 것이 신용카드와 비슷하다는 데서 실망하기도 한다. 게다가 자신은 변신도 잘 못하고.


마법소녀들의 일에 관객으로 참여하기도 하니, 참... 그러다 자신이 시간의 마법소녀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렇게 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 진짜 시간의 마법소녀가 인류를 멸망시키려 한다.


그 마법소녀에게 인류는 지구의 악이다. 척결해야 할 존재다. 어차피 망해가는 인류, 그 시간을 좀더 앞당기려 한다. 그러다 주인공을 비롯한 마법소녀들과 대결하게 되고... 주인공이 어찌어찌해서 시간의 마법소녀를 무력화시킨다. 그리고 마법소녀에서 은퇴한다.


참, 환상적인데... 가만히 보면 현실을 담고 있는 장면이 있다. 우선 '마구'로 나오는 마법 기물이 신용카드와 비슷하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읽다가 소설의 끝부분에 가면 왜 그렇게 설정했는지 알게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의 이익이 누군가의 손해가 될 수 있다. 어떤 일에도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신용카드, 눈에 돈이 안 보이지만 쓰는 순간 어디에선가 돈이 빠져나간다. 결국 공짜는 없다. 지구에 기후 재앙이 몰아닥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한 행동이 그런 결과를 이끌어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힘의 집중과 분배를 생각할 수도 있다. 제로섬 게임, 총량이 같다고 가정하면 누군가가 지닌 막강한 힘은 다른 사람들은 힘이 약화되었단 얘기다. 반대로 누군가가 지녔던 막강한 힘이 소멸된다면 그 힘이 소멸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질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은 그 점을 이야기한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한 사람이 아니다. 영웅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세상을 바꾸는 일에도 공짜는 없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세상을 바꿨다가는 그 대가를 다시 치러야 한다.


그러니 마법소녀는 은퇴해야 한다. 마법소녀가 마법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세상을 바꾸려 해야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특히 소설의 끝부분으로 갈수록 그 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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