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인생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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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반전. 또는 진지한 성찰을 이끌어내는 내용 전개. 짧은 소설임에도 다양한 생각들을 이끌어 낸다. 기존 김동식 소설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소설집이다.


다만, 삶에 대해서 더 진지하게, 어떤 삶이 좋을지, 우리가 사는 사회는 어떤 사회면 좋을지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들이 실려 있다. 토론거리로 적당한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제목이 된 '성공한 인생'만 봐도 그렇다. 과연 남들이 좋다고 하는 그런 삶이 성공한 삶일까? 성공만을 위해 내달린 인생을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성공이란 목표를 하나 정해두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쓰든 상관이 없단 말인가. 아니 목표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욕망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나타나 있다. 수능에서 고득점을 얻어 명문대 진학하는 일. 고시나 또는 잘나가는 기업에 취직해서 돈을 잘 버는 일. 예쁘고(잘생기고) 착한 사람과 결혼하는 일.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 혹시 자신을 잃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귀신에게 일주일에 하루 하루를 내어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가는 주인공. 결국 그에게는 주말만 남는다. 주말, 그는 자기 마음대로 해서 좋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주말만 의식할 수 있는 그의 삶을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목표만을 향해 달렸지만,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하루 하루를 잃어가듯이 우리도 우리 자신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거상의 거래법'이라는 소설도 이득 앞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결국 이윤만을 추구하다간 자신을 잃을 수밖에 없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이를 사회로 확장하면 '악한 사업'으로 연결이 된다. 이윤을 위해서 지구를 파괴하는 사업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사업들을 어떻게 규제할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규제가 안 되는데, 소설 속에서는 상상을 빌려 규제를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김동식 소설의 묘미다. '장난감 총'에서 보여주는 반전도 그렇다. 아이들을 위한다면서 아이들을 획일적으로 교육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것을 장난감 총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그 반전에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2인 1조'란 소설을 읽으면서 플라톤이 '향연'에서 이야기했던 과거에는 사람들이 둘씩 묶여 있었다는 말을 떠올리게 됐다. 여기에 더해서 페미니즘을 떠올리기도 했고.  이 소설은 미래에 외계인의 힘으로 사람들이 둘씩 묶인 상황을 만든다.


남-남, 여-여, 남-여. 가리지 않고 묶인다. 이들은 함께 살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사람들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게 된다.


이런 모습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모든 사회 시스템도 2인 1조를 기준으로 재편되었다. 이동수단, 생활용품, 편의용품…모든 것들이 2인용이 기본이 되었다.

  서로를 3미터 밖으로 튕겨냈기 때문에, 모든 건물과 거리, 도로들이 매우 넓어졌다. 도심 지역의 멀미 나는 밀집도 사라졌고, 의외로 인간들은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되었다.

  모든 교육은 서로를 배려하는 법과 존중하는 법을 최우선으로 교육했다. 모든 방송에서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한 솔루션을 자주 내보냈다. 모든 사회 분위기가 배려, 존중, 사랑, 우정 같은 가치들을 최우선적 가치로 삼았다.' (127쪽)


그렇다. 서로 배려하는 사회, 그런 사회가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외계인때문이라고 하겠지만, 다시 외계인이 사람들을 떼어놓은 상태에서도 이런 모습은 바뀌지 않는다. 작가가 바라는 세상이기도 하겠다.


이런 소설을 비롯해서 다른 소설들도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보여준다. 그것을 짧은 이야기 속에 담아서 우리를 바람직한 세계로 이끈다.


소설이 지닌 힘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반전이 그런 세계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함께 살악가야 하는 인간들. 어떻게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남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좋은지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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