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아빠가 됐다 - 가난의 경로를 탐색하는 청년 보호자 9년의 기록 이매진의 시선 6
조기현 지음 / 이매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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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답답한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됐다고 떠들어댄 게 얼마 전인데...이런 일은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아주 특이한 일이라고. 우리나라 정말 대단한 나라라고 홍보한 적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선진국이라는 말을 어떤 지표로 이야기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적어도 선진국이란 국민들이 굶어죽고, 얼어죽고, 더위로 죽지 않는, 즉 생계로 인해 자신의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는 나라 아닌가. 병에 걸렸다고 방치되지 않는 나라, 장애가 있다고 배제되지 않는 나라, 그런 나라가 선진국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과연 우리나라가 선진국 맞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돌봄을 가족에게 맡기는 나라, 그것도 먹고 살기 힘든 젊은이가 부모 봉양을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지만 그나마 법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제대로 지원도 받기 힘든 나라. 그런 나라가 과연 선진국인가?


지금 거리를 지나다 보면 무슨무슨 요양병원 간판이 많이 보인다. 병원만큼 요양이라는 이름을 단 병원이 많이 생겼다. 요양병원, 가정에서 돌보기 힘든 분들을 모신 곳. 그런데 가정에서 돌볼 수 이들이 얼마나 될까.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이런 말이 나오는 이 사회에서 가정에서 돌봄을 실현할 수 있는 집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돌봄에 가정을 제일 먼저 앞세우고 있다. 돌봄은 가족들이 먼저 하는 일. 사회는, 나라는 그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런가? 아버지 나이가 50이 되기 전에 치매에 걸렸다. 경제 능력이 없다. 일을 할 수는 없는데, 병원에서 치매 검사를 하면 초기라고, 충분히 치료 가능하다고, 치매라고 할 수 없다고, 그냥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말은 노동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치매환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치매 진단이 이토록 형식적일 줄은 몰랐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들이 느끼는 치매와 의사가 진단하는 치매 수준이 이토록 다를 수가 있나?


거기에 노동능력이 있고 없고를 판별하는 공무원들, 또 기초생활수급자냐 아니냐를 판명하는 공무원들과 실제 생활하는 사람들의 괴리. 이 책에서 너무도 잘 느낄 수가 있다.


겨우 20대. 아직 자기 자리로 잡지 못한 나이. 그런데 졸지에 아빠의 보호자가 되어 버렸다. 나도 아직 직장을 못 잡았는데, 생활이 안 되었는데 아빠는 생활할 수가 없고, 내가 봉양해야 한다. 아니 나밖에 봉양할 사람이 없다. 졸지에 부양가족, 보호자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의사 진단으로는 아니란다. 충분히 생활핧 수 있단다.


병원비가 천만 원이 넘어가는데, 돈은 없는데... 기껏 전세보증금을 빼내어야 겨우 낼 수 있는 병원비. 나아지지 않는 아빠 상태. 그렇다고 돈이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직업을 갖지 못한 나.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큰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점도 문제다. 그런 절망에서 이 책은 쓰였다. 그리고 그 절망이, 절망 속에서 피어낸 희망이 이 책에 잘 나타나 있다.


아빠의 아빠가 됐다. 결국 나는 아빠의 보호자로 살아야 한다. 아직 사회에서 자리잡지도 못했는데... 이것이 과연 개인의 책임일까? 가족의 책임일까? 사회가 나라가 해줄 일은 없는가. 이 책은 그 질문을 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효자가 되기보다는 시민이 되겠다고. 효자, 이는 개인에게, 가족에게 돌봄을 맡기는 말이다. 사회는 뒤로 한 발 빠져 있고, 돌봄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 개인에 묻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니 저자가 효자임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 당연한 말이다.


이제 돌봄은 개인, 가정을 떠나 사회가 나라가 떠맡아야 한다. 그게 선진국이다. 읽으면서 저자의 사연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과연 저자가 희망적으로 말한 것이 이루어졌을까 하는데는 의문을 표시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어려운 상황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은 사회ㅡ나라가 돌보지 못했던 사람들, 가족이나 개인이 돌보고 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 책이 소중하다. 정말로 돌봄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바로 사회가,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돌봄에 개인, 가족을 들먹여서는 안 된다. 그건 사회, 나라의 책임이다. 그 점을 너무도 잘 드러낸 이 책. 개인의 경험을 통해서 사회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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