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김동식 소설집 5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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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들, 읽기에 편하다. 술술 읽힌다. 결말도 다양하다. 생각 못한 결말이 수시로 나온다.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책 한 권에 실린 소설들이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지만, 다르다고 판단하는 작품들도 많다. 이번 작품집도 마찬가지다. 살인을 다룬 작품이 많음에도 결말이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다. 살인이라도 모두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망설임도 없이 살인으로 치닫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소설도 많이 실려 있다. 이 작품집에 살인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남에게 미안함도 없이 잘못을 저지르는 행태를 비판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알고 행한 것과 모르고 행한 것의 차이'라는 소설을 보면, 인간이 알면서도 이렇게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같은 결과라도 어떻게 했느냐에 따르는 차이. 이를 결과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동기까지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말과도 통하는데, 이는 여전히 법정에서 논란이 되기도 한다. 정상참작을 해야 하느냐 하지 말아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이기도 하고.


동기와 결과. 하나로 연결이 되면 좋겠지만, 이 과정에는 수많은 우연들이 겹쳐져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에 대한 판단은 결과에 따라 또 동기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내가 뭘 사과해야 하는가?'라는 소설에서는 자신의 동기와는 상관없이 벌어진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모습.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풀어주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또 결과에 요즘 언어로 하면 유전적 요소를 참작해서 판결을 내리는모습을 비판적으로 보여준, 어쩌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이렇게 잘 적용해서 소설을 썼나 싶을 정도의 작품인 '범죄 유전자'라는 소설은 결과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절로 쓴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소설인데... 범죄 유전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의 의지가 아닌 유전자로 인한 행위를 했으니 감형을 한다고 하는 발상...


술을 많이 마셔서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힘든 심신미약 상태에 빠졌으니 그를 참작해서 형을 감량하는 판결을 내리곤 하는 재판정을 비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기도 한데... 인간이 자신이 한 행동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살인 또는 살인미수 또는 자살과 같은 죽음이 이 소설집에는 많이 나오는데, 이를 다른 방향으로 틀어서 더 살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전환시키는 작품도 있다. '그의 일대기'라는 작품이 그러한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보게 해서,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그런 소설이고, 이는 '정선 카지노로 향하는 길에'라는 작품에 나타나는 내용인 도박장에 가는 심리를 다른 일에 빗대어서 보여주는 방법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내용들, 짧은 소설들, 그러나 어떤 경구처럼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들... 제목이 된 소설,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를 보면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자신에게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무엇인지를 자신의 무의식은 알고 있지만, 의식적으로 그것을 거부하고 살아온 삶. 뒤늦게 알게 되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이랴? 그러나 현재 자신 주변을 살펴보라고.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잘 살펴보라고. 앞만 보고 무작정 달리지 말라고 소설은 말하고 있다.


어쩌면 이 소설을 읽는 시간이 바로 소설이라는 다른 세계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때인지도 모른다. 나를 비춰주는 거울. 이 거울을 보고 나를 고쳐나가는 시간을 지니게 하는. 김동식 이번 소설집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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