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나 노, 지나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란주 지음 / 우리학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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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살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아이들. 미등록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등록도 안 되어 있고, 그렇다고 외국인 등록증도 없는 아이들.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 부모가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다. 부모도 미등록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한때 불법체류자라고 불렸던. 아이 출생신고를 하러 갔다가 자신이 추방당할 수 있으니, 아이가 태어나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 있어도 없는 아이가 된 아이들. 태어나지 않았어도 어린 시절에 부모를 따라 들어왔지만, 등록이 되지 않아 역시 미등록인 아이들.


이 소설은 르포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처한 현실이 이 소설에 너무도 잘 나타나 있다.


주인공인 로지나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아이. 이슬람을 믿는 아이. 부모 역시 방글라데시에서 왔고, 우리나라에서는 미등록 노동자로 남았고, 그들 역시 이슬람을 믿는다.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보다 몇 배나 더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지 이 소설에서 로지나가 겪는 일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은 할랄 제품이 제법 나온다고 하지만, 초기에는 할랄이라는 말조차 몰랐다. 게다가 이슬람이 돼지고기를 안 먹는다는 사실, 그들은 라마단이라는 금식기간이 있고, 또 하루에 다섯 번은 기도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있었다.


이러니,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겪는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나라 음식에서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알 수 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은 이슬람 율법에 맞게 도살한 고기를 먹어야 한다. 그러니 그 기준에 맞는 음식을 찾기가 힘들다.


로지나 역시 우여곡절 끝에 학교에 들어가서 겪게 되는 어려움 중에 친구들과의 관계나 학습을 따라가는 어려움보다는 바로 이런 음식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이 가장 크다.


먹을 음식이 별로 없는 상황.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는 상황. 돼지기름을 쓰거나, 돼지고기가 섞인 음식이 얼마나 많은가. 꼭 돼지고기만으로 만든 음식이 아니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로지나는 나름대로 절충을 한다. 아빠가 소주를 마시듯이. 이 땅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 이슬람을 배척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 그럼에도 그들에게 호감을 지니고 함께 살아가려 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이 소설이 보여주고 있다.


소설을 읽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아마도 미등록이든 등록이든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선진국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들은 우리나라에서 산 것이 아니라 일만 한 것이라고 하는 말에 가슴이 저려왔다.


자본에는 국경이 없다고, 자본은 어느 나라든 가리지 않고 환영받으며 들어가는데, 노동자들에게는 국경이 있고, 어떤 노동자들은 환영받지 못하고 또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고 있기도 하는데, 그런 불안한 생활조차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일만 하게 되는 현실. 


그러니 그들은 살았다고 할 수 없다고, 자신들은 일만 했다고 하는 장면에서 그들이 처한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로지나가 어린 시절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성년이 되기까지를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데, 로지나는 거의15년 이상을 우리나라에서 살았음에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빠, 엄마는 일하다 병을 얻고, 로지나 역시 고등학교를 마치지도 못하고 일을 할 수밖에 없고, 그 동생도 마찬가지다. 동생의 처지는 더하다. 로지나는 결국 엄마, 아빠와 방글라데시로 돌아가지만,(로지나는 그래도 방글라데시 말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 동생은 돌아갈 수가 없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말을 하지 못하는 동생. 그는 방글라데시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다. 자신도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라면서 자신이 한국 사람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아가는 과정. 그 과정이 소설에서 로지나의 시각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그는 방글라데시 사람도 될 수 없다.


이렇게 어느 나라 사람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다. 


자본이 국경이 없듯이 노동자에게도 국경이 없어야 한다. 적어도 그 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라면 국적에 상관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등록이냐, 미등록이냐로 불법 운운하지 말고, 그들로 인해서 한 나라 경제가 운용되고 있으니, 그들을 한 사람으로서, 동등한 노동자로서 받아들이고,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살아간다는 생각을 지닐 수 있게 해야 한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아이, 로지나, 그가 한국에서 겪은 일들을 소설 형식으로 쓴 이 작품은 우리에게 미등록이주 아동들의 현실을 생각하게 해준다.


많은 아이들이 아직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그들도 사람으로 생활할 수 있는 조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렇게 소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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