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희망 - 절망의 시대에 변화를 꿈꾸는 법, 개정판
리베카 솔닛 지음, 설준규 옮김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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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주로 부시(아들)가 당선되었을 때를 배경으로 한다. 미국에서 9.11테러 사건이 일어난 때이기도 하고... 그럴 때 절망에 빠진다. 사람들은 부시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더라도 공개적으로 반대하기 힘들어졌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이유로 이라크를 공습하겠다고 했을 때 어둠은 더 짙어졌다. 그렇게 솔닛은 그 어둠의 시대에 희망을 이야기한다.


희망은 어둠이라고 했다. 어둠, 앞이 캄캄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 즉, 명확하게 보이지 않기에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 또 희망은 어둠 속에 있는 문이라고 했다. 어둠이라는 벽을 손으로 짚어가면서 문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물론 문을 열었다고 해서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다. 또다른 어둠이 있을 수 있고, 또다시 벽을 짚으며 나아가야 한다. 희망이라는 문을 향해서.


그렇기 때문에 희망은 어둠이다. 어둠은 포기가 아니다. 나아가게 한다. 어둠 속에 주저앉는 일. 그것이 바로 절망이다. 때문에 솔닛은 희망은 어둠이라고 한다. 우리가 벗어나야 할 동기를 주는.


그러므로 한번에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세상에 '헤라클레스'처럼 강물을 끌어와 마굿간을 한번에 청소할 수는 없다. 희망은 그런 마굿간을 치우는 일과 같다. 지난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조금씩 치워야 한다. 혼자서만이 아니라 함께 치워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깨끗해진 부분이 나온다. 그곳을 발판으로 삼아 더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희망이 하는 역할이다.


솔닛은 이런 점에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런 해결책은 없다고 한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그들의 연대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한다.


연대가 잘 이루어질 때도 있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가 어둠 속에서 벽을 짚으며 나아가지만, 문을 찾지 못할 때도 있지 않은가. 또 서로 부딪칠 때도 있고. 


이때 포기하면 안 된다. 자신의 방식을 지키면서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일. 그렇다.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찾아내고, 그 차이를 행동을 통해서 메워나가는 일. 그것이 바로 '어둠 속의 희망'이다.


이 책은 2001년 9.11사건의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음을, 아니 희망을 보았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개정판을 내면서 그 뒤의 이야기들을 몇 편 실어서 아주 오래 전 이야기만은 아니다. 또 미국이 과연 2001년보다 많이 좋아졌는지, 그들이 희망의 문을 찾았는지 의문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는 희망을 찾았는가. 어쩌면 우리도 솔닛의 이 책이 쓰여질 때와 비슷하게 어둠 속에 있지 않을까.


어둠 속에 있다면 이제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희망으로 함께 행동해야 한다. 저건 아니야에서 멈추지 않고 이렇게 하자고 해야 한다. 자신부터 그렇게 해야 한다. 행동하는 일, 어둠 속의 희망은 바로 이런 행동에서 나온다.


좀 지난 책 같지만, 아니다. 지금 우리 현실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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