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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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이라는 제목을 보고, 예술가의 일이 예술이지 다른 일이 있나 싶었다. 도대체 왜 제목이 예술가의 일이지 하는데 책 뒷표지에 이렇게 나온다. "예술가의 일이란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더 나아가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고.


예술가의 일이 예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말은 너무도 당연해서 하나마나한 소리로 들린다.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작품에 대해 생각하게 하지 그럼 무엇을 한단 말인가. 어느 분야에 종사하느냐에 따라 작품은 그림이 될 수도 음악이 될 수도, 영화가 될 수도 있으니, 작품을 예술로 바꿔도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것이 예술가의 일이라고 하면 무언가 허전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그 한 걸음이 지금 우리로 하여금 자신들을 기억하게 만든 예술가를 만들었을 테고, 그런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서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끔 이끌었을 것이다.


예술을 감상하는 이유가 예술 자체에도 있지만, 예술 속에 들어 있는 무엇을 찾는 데도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예술을 통해서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도 있으니, 예술가의 일이란 작품을 통해서 또 자신의 삶을 통해서 우리들 삶에 한 걸음 더 다가오고, 또 우리들이 삶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예술가들 33명을 다루고 있는데, 많이 알려진 사람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다.


(다이앤 아버스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 사진에서 이름을 남겼다. 오즈 야스지로라는 일본 영화감독도 처음이고, 어리사 프랭클린이라는 가수 역시 처음 들었다. 재즈 피아니스트인 빌 에번스도 처음이고, 영화배우 겸 감독이었던 버스터 키튼도, 피아노 연주자인 글렌 굴드도, 일본 건축가 이타미 준도 여기서 처음 만났다. 이밖에도 처음 만난 인물들이 많은데... 다니구치 지로, 비비안 마이어, 조지 로메로, 피나 바우슈 ... 이렇게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게 해주었다는 데에서 이 책이 좋았다) 


미술, 음악, 영화,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의 인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굳이 이들에 대해서 알아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 질문은 예술가의 일이란 제목에 대한 질문과 연결이 되고, 예전에 어린아이들에게 위인전을 읽히느냐 마느냐로 논쟁이 벌어졌던 기억도 떠올랐다.


이 책은 그런 위인전과는 다르다. 길게 서술되어 있지 않고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다. 물론 이 책도 위인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물에 대한 소개니까... 그리고 소개된 인물은 인류의 역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이런 인물들에 대해 읽고 그냥 막 살아라 할 수는 없다. 이들 역시 편한 삶만을 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자신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까지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또 어떤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세상에서 자신을 단절시키기도 했지만, 그들이 살아있을 때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했던 모습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거울이 될 수 있다.


이런 책이 지닌 장단점을 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들의 삶을 통해서 세상 어느 삶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 그렇지만 만만치 않은 삶 속에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가꾸어간 사람들이 역사에 남는다는 사실. 그런 사실을 알려준다. 


아주 짧은 글 속에 한 사람의 삶을 다 담을 수는 없기에 그들의 삶 중에서 강렬했던 부분을 우리에게 소개해 준다. 이들은 이렇게 살았고, 이런 작품을 남겼다. 또 이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한때 자기 분야에서 꽃을 피웠던 사람...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쯤은 꽃을 피운다. 피워야 한다. 그것을 알려주는 일, 예술가의 일이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또 자신의 삶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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