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시간에 영화 보기 1 - 한국 영화로 만나는 시와 시인들,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문학 시간에 영화 보기 1
박일환 지음 / 한티재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19로 인해서 사람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직장에서는 회식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고, 학생들은 수학여행, 체육대회는 물론이고 학급에서 하는 행사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운동경기 관람은 어느 정도 풀렸지만, 영화나 연극, 뮤지컬을 관람하기는 쉽지 않았다. 여러 제약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연극 등 공연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말도 많이 했는데...


코로나19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시대가 변하기도 했다. 함께 하기보다는 홀로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해서 단체 행동들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함께 해야 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혼족'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홀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는데, 홀로 무언가를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없는 일이 영화 감상과 문학 활동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발표를 하고 함께 할 수도 있는 일이 이런 예술활동이기도 하지만, 예술활동은 함께 하지 않아도, 즉 홀로 해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극장에 가야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온갖 채널을 통해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예전에 썼던 '안방 극장'이란 말을 쓸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극장에 가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영화들이 아예 집 안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지기도 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보고자 하기만 한다면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원없이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니 이제 영화는 특정한 장소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그렇다면 시는? 시는 예전부터 특정한 장소가 필요없는 예술이었다. 일상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예술이 바로 시였다. 물론 시를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이론상으로 시는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예술이다.


이렇게 영화와 시를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게다가 함께 하는 시간이 줄고 혼자 하는 시간이 늘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영화를 보고, 또 시를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바로 여기서 시와 영화가 만나 융합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예전에도 많은 영화에서 시가 나왔겠지만, 구태여 영화에서 시와의 관련성을 찾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영화 속 시, 또는 시가 영화로 구현되는 모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은 바로 시와 영화가 만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시간이라고 함은 시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뜻이라 할 수 있으니, 영화를 보면서 시를 만나는 시간이라고 하면 되겠다.


많은 영화들이 소개되고, 그 영화에서 언급되고 있는 시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에 대한 이야기에는 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 있으니, 영화를 통해서 시와 시인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교과서에서 배우는 시와는 다른 방법으로 시를 만나게 한다. 시가 우리들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영화를 통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시가 시 자체로만 존재하지 않고, 우리에게 다가와 어떤 영향을 준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시를 읽은 사람은 그 시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험용이 아닌 이상은.


어떻게 이 책에서 영화와 시가 만나고 있는지를 시인 윤동주를 예로 들어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윤동주와 같은 유명한 시인은 영화 '동주'로도 만날 수 있기에 그런가보다 할 수도 있지만, 윤동주를 <군산:거위를 노래하다>와 <후쿠오카>라는 영화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직접 윤동주의 생애와 시를 다룬 <동주>에서 윤동주의 많은 시를 만날 수 있어서 좋고, <군산:거위를 노래하다>와 <후쿠오카>에서는 디아스포라로서의 윤동주를 만나게 된다. 윤동주의 생애를 다룬 영화도 아니고, 윤동주가 중심에 있지도 않지만, 등장인물들을 통해 윤동주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을 통해서 우리가 흘려버리고 말던 윤동주 시인의 디아스포라로서의 삶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서 윤동주의 다양한 면을 만나고, 영화를 통해서 새로운 점들을 알게 된다.


시는 대체로 짧다. 영화는 아무리 짧아도 한 시간 분량은 된다. 그 영화 속에 시가 들어간다.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시를 언급하고, 시인을 언급하고, 그들이 펼치는 서사를 통해서 시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시를 우리 삶으로 끌어오게 된다.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시라는 예술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교과서 시 분석에 지친 사람들, 시를 교과서에 나온 시들만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 또 시를 시험을 위해서만 읽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시의 다양한 모습을, 또 잘 모르고 있던 시인들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고, 읽으면서 자연스레 시와 영화와 가까워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