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이 품지 못한 말들
박일환 지음 / 달아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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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라고 한다. 사전을 다른 말로 부르면. 말을 모아놓은 책. 그렇다면 사전에 수록된 말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들이어야 한다. 사람들이 쓰지 않는 말을 수록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참조사항일 뿐이고, 실제 생활에서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은 사전에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쓰는 말이라고 해도 모두가 그 뜻을 알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전을 찾을 일도 별로 없는 요즘이라지만, 그럼에도 정확한 뜻을 알고 싶어 사전을 찾는 때가 있다. 그때 사전을 찾았는데, 그 말이 없으면 당황스럽다.


뭐야? 사람들이 이렇게 쓰는데 왜 사전에 없지? 그럼 이 말을 어디서 찾지? 인터넷 검색을 하면 여러 용례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 용례나 풀이가 정확한지 알 수가 없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말의 뜻을 정확하게 정리해서 알려주면 좋으련만...


인문학이 죽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국립국어원이라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단체가 있는데, 그 단체가 이익을 떠나서 우리말에 대해서 책임을 가지고 정리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사전이 '표준국어대사전'이고, 이 말에는 '표준'이라는 말에서 공신력 있는 이라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대'라는 말에서 다른 사전보다도 더 많은 어휘를 담은 이라는 의미를 연상하게 되는데...


저자가 쓴 [미친 국어사전]에서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2015년에 그 책이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이라고 할 수 있다. 6년이란 시간이면 꽤나 긴 시간이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서는.


그럼에도 표준국어대사전은 변하지 않았다. 다시 2021년에 표준국어대사전을 비판하는 책이 또 나왔다. 세상에... 비난이 아니라 비판이었는데... 사전을 책임지고 있는 국립국어원에서는 저자가 쓴 책을 참조하지 않았나 보다.


그렇다면 국립국어원의 태도는 책임방기에 가깝다. 우리말을 정리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말을 바르게 쓰도록 하는 책임이 있는 국립국어원에서 자신들이 편찬한 사전을 비판하는 책을 읽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문제가 있다.


읽지도 않았는지, 읽었는데도 반영을 하지 않은 건지, 또는 못한 건지는 알 수가 없지만, 어떤 형태든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 나라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을 단체에서, 비판을 받아들여 보완하고 수정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지녀야 하는데, 6년이 지나 또다시 비판하는 책이, 그것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지적 사항이 넘치고 넘치는 그런 사전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니... 이건 아니다 싶다.


잘못된 풀이도 문제지만,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말들을 수록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물론 많은 어휘들을 '함께 만들고 모두 누리는 우리말샘'이라는 또다른 사전을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말샘은 공식 사전이 아니다.


많은 어휘들을 수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르지 못한 말들을 모아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이 말들 가운데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할 말들을 골라 사전으로 옮겨야 하는데...


예전 같으면 사전 편찬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하겠지만, 요즘처럼 전자기술이 발전한 시대에서는 사전에 올릴 말들을 선택하고 수록하는데 긴 시간이 들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이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만 날지 않아도 된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수시로 날 수가 있다. 그만큼 빠르게 사전을 확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전이 수록된 말들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이상 이러한 비판서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자신들만의 힘으로 하기 힘들다면 이 책을 쓴 저자와 또다른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표준국어대사전을 보충하려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책임있는 자세 아닌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들이 일관된 기준도 없이 사전에서 누락되어 있음을 이 책은 많은 사례들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이런 비판이 나왔으니, 비판을 받아들여 수정하면 된다. 아니, 수정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품격을 살린 국어사전이 될 수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예를 하나 보자. 사전이 얼마나 엉성한지.. 사전의 뜻풀이에 나와 있는 말이 사전에 없어서 의미 파악을 하는데 애를 먹게 하고 있으니...


기성-암(氣成巖)「명사」 『지구』 바람에 의하여 운반되어 쌓인 흙과 모래로 이루어진 암석. 중국의 황토 지대에 널리 퍼져 있는 대부분의 롬층(loam層)이 그 예이다.=풍성암.


이런 설명이 있는데, 롬층이라는 말이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다. 어떻게 된 일인가? 그럼 다시 영어사전을 찾아야 하는가? 읽기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적어도 국어사전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롬을 찾으면 이렇게 나온다.


 loam (명사) 점토에 석영·운모의 가루나 수산화철 등이 섞여 황갈색으로 보이는 토양.


한 번에 사전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 국가를 대표한다는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해야 할 일이다. 국립국어원에서 이런 비판서들을 찾아 읽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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