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모들 씨어터북 2
김정숙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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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공연이 되었던 연극 대본이다. 그냥 대본집이라고 하기보다는 뒤에 대담집과 그 연극에 대한 비평도 실려 있어서, 이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모습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세탁소. 빨래를 해주는 곳이다. 빨래란 더러움을 씻어내는 행위인데, 이 희곡은 옷만이 아니라 마음도 빨아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돈에 눈먼 사람들... 또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세태. 인정이 메말라가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인정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어서 위안이 된다.


우리 삶이 사막을 건너는 행위라면, 인정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런 사막에서 만날 수 있는 오아시스라고 할 수 있다.


희곡은 1편과 2편이 있는데,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등장인물들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돈때문에 삶이 더 힘들어지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1편보다는 2편에서 더 쪼들리는 세탁소 주인 강태국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다. 잃을 뻔하기도 하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오아시스를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오아시스를 발견한 다음에는 얼마나 위안을 받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오아시스 세탁소 주인인 강태국은 비록 자신의 삶은 힘들지라도 그가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그들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희망, 힘을 준다.


1편에서 아이에게 친절을 베풀지만 성추행으로 오해하는 젊은 엄마, 이만큼 사람들 사이에 믿음이 사라졌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지만, 또 어머니보다는 어머니의 돈이 더 귀중한 자식들의 모습에서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사회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지만, 세탁소 주인 강태국을 통해서 그들 또한 위안이 필요한 존재임을 드러내고 있다.


한번에 변하지는 않겠지만, 강태국이라는 사람의 존재가 그들 마음에 서서히 스며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편 끝부분 사람들을 세탁하는 장면에서 옷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세탁하는 통쾌함을 만날 수 있어서 좋고, 2편에서는 그렇게 살아가는 강태국을 인정하는 모습이 드러나서 좋다.


극적인 반전은 없지만 희곡을 읽으면서 강태국에게서 어떤 위안을 받게 된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과 같은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1,2편을 다 읽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따스해진다.


아직도 이러한 사람들이 있음을, 그러한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조금이라도 따스해지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옷만이 아니라 마음도 세탁해주는 세탁소, 오아시스 세탁소. 그런 세탁소를 습격한다는 내용의 작품. 읽어도 좋고, 연극으로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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