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의 역사 북멘토 그래픽노블 톡 1
리쿤우 지음, 김택규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만화로 보는 중국 현대사라고 할 수 있다. 중국 현대사 중에서 일제의 침략을 받고 희생당한 사람들이 많은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벌이는 영토 분쟁이 끝나지 않았고, 일본 역시 중국에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을 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관계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역사가 중요하다. 가해자의 역사와 피해자의 역사가 같을 수가 없겠지만, 두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 있고, 또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미래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을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는 일이다. 이 인정에서 사과도 이루어질 수 있고, 용서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과거를 현재로 끌어오지 않고 감추려고만 하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지금 일본이 그렇다. 일본 시민들 가운데도 과거를 밝히고 사과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일본에서 정치를 한다고 하는, 소위 지배층은 과거를 자신의 입맛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에게 진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들로만 채워져 있다. 가해자의 역사, 그들은 피해자의 역사를 감추려고만 한다. 그러니 사과도 없다. 사과가 없으니 용서를 받을 수가 없다. 언제고 과거 역사가 문제를 일으키고 미래로 나아가려고 할 때마다 발목을 잡게 된다.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 쿤밍 폭격 사건에 가족을 잃은 장인을 둔 주인공. 우연히 골동품 점에서 일본군이 사용했음직한 그림을 발견한다. 그리고 골동품 주인에게서 일본인이 찍은 당시의 사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그 사진첩 사진을 카메라에 담아온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보게 되는데... 일본군이 중국을 침략한 일들을 그들이 직접 사진으로 남겨놓았다. 그리고 그 사진을 토대로 작가는 그림으로 그려 역사로 남겨 놓는다.


무어라 변명하기 힘든, 가해자들의 역사를 피해자가 자신의 역사로 끌어온다.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해자의 거짓을 그들이 만든 자료로 반박하기 위해.


이 만화는 그래서 중국인의 관점으로 본 일제의 침략 행위지만, 우리에게 낯설지가 않다. 중국만큼이나, 어쩌면 중국보다도 더 일제에 의해 피해를 본 나라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겪은 피해에 대해서 일본은 여전히 모르쇠를 하고 있으니...


최근에 일어난 중일 영토분쟁으로 작가는 이 만화를 그릴 생각을 했다는데, 자꾸만 과거를 부정하는 일본에 너희들이 이렇게 기록을 남겼어, 이게 너희들이 한 짓이야라고 그들이 남긴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단지 일본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과거를 기억하고 그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만화에는 그림만큼이나 사진이 많다. 당시 일본인이 찍은 사진이 그래도 책에 나온다. 그래서 이 만화는 허구이기도 하면서 사실이기도 하다. 사실에 기반해서 상상력을 첨가해 그린 만화다. 


중국에서는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담은 만화, 또 우리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으니, 우리 역시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담고 있는 만화.


내 가족의 역사라고 하지만, 중국어로는 '상흔'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이 받은 상처... 잊지 못할 상처. 그래서 내 가족의 역사는 중국 현대사의 비극이기도 하다. 개인의 역사가 나라의 역사가 된다. 


단지 중국만이 아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낸 출판사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배경으로 책도 내었다고 하니... 역사는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가 없음을, 이런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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