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의 도시 환상문학전집 7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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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귄이 쓴 '헤인 우주 시리즈'라고 하는데, 같은 행성이야기는 아니다. 이번 소설은 웨렐이라는 행성에서 지구로 온 사람이 겪는 일이다.


과거 기억을 모두 잊은 채 지구 사람들에게 발견된 사람. 지구인들과 생김새가 달라 의심을 받기도 하지만, 그들과 지내면서 잘 살아간다. 그러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야 한다. 이를 이름 찾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이름은 존재를 인식하고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공자는 이름을 바로 잡겠다고 했지만, 과연 어느 이름이 바로 '나'인가는 문제가 된다. 이 소설에서 팔크와 라마렌이라는 두 이름을 갖고 있는 존재가 주인공이고 그는 자신의 이름을 찾아 떠난다.


떠나면서 겪게 되는 많은 일들, 지구인들이 두려워하는 싱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 그리고 싱에게 가야지만 자신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싱이 살고 있다는 에스 토치로 간다.


거기서 그는 자신이 과거에 라마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로 인해서 과거 기억을 되찾는다. 이때 과거 기억을 되찾으면 그 이후에 경험한 팔크의 경험은 사라지게 된다. 왜 싱이 라마렌의 기억을 되살리려 할까? 그들은 과연 평화주의자일까?


여기서 소설은 싱과 팔크 또는 라마렌의 대결로 나아간다. 라마렌의 기억을 찾았지만 마찬가지로 팔크의 기억도 잃지 않은 그는 싱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행성인 웨렐로 행한다.


팔크 또는 라마렌의 모험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다시 이름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느 이름이 자신을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을까?


팔크일까, 라마렌일까? 아님 둘 다일까? 소설은 여기서 노자를 불러낸다. 도를 도라고 하면 도가 아니라고 하는. 어쩌면 이름을 짓는 순간 그 이름에 갇혀 살게 될지로 모른다는.


모든 이름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싱의 이름들은 그렇다. 그들은 언어를 통해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고, 자신들의 통치를 이름을 통해서 위장하고 있다.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이끌어내야 하고, 그런 두려움만으로는 통치하기 힘드니, 자신들의 이념을 언어를 통해 내면화하게 해야 한다.


이런 모습들을 싱은 언어를 통해서 하고 있는데, 그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의도를 찾고,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 소설이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은 이것 또는 저것으로 정리될 수 없다. 진실도 마찬가지다. 팔크의 기억을 잃지 않은 라마렌이 지구에서 겪은 일들을 웨렐에서 이야기할 때는 다시 언어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 역시 언어에 갇히게 된다. 그래서 그는 서로 다른 경험을 한 존재들을 웨렐로 데려가기로 한다. '진실에 이르는 길은 언제나 여럿인 법이지'(252쪽)라고 하면서. 


결국 르 귄 소설은 다양한 존재들의 인정이다. 어느 하나로 규정하고 재단하지 않는. 복합적인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들임을 여러 소설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야 함도. 그 점이 비록 우주의 여러 행성과 그곳에 살고 있는 다른 존재들을 주인공으로 삼지만 그들을 통해서 이 지구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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