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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은 일본 청년들에게 고하는 말이다.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당신들이 그렇게 살면 당신들 미래는 없다고. 청년답게 살라고. 아니, 사람답게 살라고. 사람답게 살지 않으면 나중에 이런 말이나 하게 된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
이때 인생은 우리들 삶 전반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기 삶을 자기 삶으로 살지 못한 사람이 죽음에 임박해서 회한에 젖어 하는 말이다. 평생을 허비하고 나서 그것을 인생이었다고 착각하면서 외치는 말.
따라서 "인생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라는 말 앞에서는 '그런'이나 '이런'이라는 말이 붙어야 한다. 모든 인생이 '따위'가 될 수 없다. 또 그렇게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바로 '그런 인생 따위'가 되지 않도록 자기 삶을 살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크로포트킨이 '청년에게 고함'이란 글에서 청년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면, 스테판 에셀이 쓴 '분노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체제 순응적인 청년들에게 그런 삶을 살면 안 된다고 외치고 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의 청년들에게 외치고 있다.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바로 독립적인 삶,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해야 한다. 즉 자신의 삶은 부모에 매인 삶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야 할 삶이라고... 그래서 저자는 이런 부모가 너무 없으니 청년들이 알아서 독립해야 한다고 한다.
'더 나아가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네 힘으로 살아가라고 진지하게 가르치고, 자신들은 어떻게든 살아갈 테니 네 인생에만 집중하라고 충고하고 또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부모는 더욱 적다.
부모의 희생물로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자식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다 못해 자기 부모와 똑같은 부모가 되고 마는 자식은 또 얼마나 많은가.' (20쪽)
자식은 부모의 제2 인생을 사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 자식이 독립할 수 있을 때 독립시켜야 한다. 자식 삶은 자식 삶이고 부모 삶은 부모 삶이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한다. 효가 강조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끈끈한 가족간의 유대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주장이긴 하지만...
여기에 더 나아가 국가에 의존해서도 안 된다고 한다. 국가의 실체는 바로 소수의 권력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운용하는 집단이라고 한다. 그러니 맹목적인 국가에 대한 충성심, 애국심으로 뭉쳐있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국가가 먼저 있지 않고 사람이 먼저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국가를 우선하기 위해서 권력은 교육이나 방송 등을 통해서 사람들이 자연스레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고. 그래서 국가에 대한 맹신이 전쟁이나 핵발전소 폭발 등 엄청난 재앙을 일으켰지만 권력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그들을 믿고 자신의 삶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이런 식으로 연애나 직장 생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학교 졸업하고 직장에 취업하는 일을 왜 당연하게 여겨야 하냐고? 과연 학교에서 배운 직장 생활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냐고? 연애 역시 환상에 빠져 실제 삶과는 괴리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냐고...
그러다 죽음을 앞두고는 겨우 한다는 말이 "인생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일 뿐이라고.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자신의 삶을 찾으라고. 그것이 바로 청년이 해야 할 일이라고.고생을 마다하지 말라고... 고생을 해야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다고. 주어진 것을 받아먹는 태도를 버리라고 하고 있다.
'삶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의지로 쟁취하는 것이고, 죽음은 가능한 한 물리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악전고투와 고생에야말로 생명의 가치가 숨겨져 있다.' (196쪽)
이 책에서 저자는 아주 단순하고 강하게 주장을 한다. 작은 제목들만 읽어도 저자가 무슨 주장을 하는지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지금처럼 살면 안 된다고... 기존에 좋다고 하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과연 자신에게도 좋은지. 자신이 원하는 삶인지. 그리고 도전하라고.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우선 부딪쳐 보라고. 부딪쳐 보지도 않고 머리 속으로 계산하고 피하지 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인생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된다고. 그러면서 책의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의 인생을 사는데 누구를 거리낄 필요가 없다고. 그러면서 "인생 다위 엿이나 먹어라!"라고 하면서 저돌적으로 살라고.
지금까지 말해왔던 "인생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가 부정적인 회한에 잠긴 말이었다면,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는 말은 내 삶을 스스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말이다. 이제 나는 내 인생을 살겠다는 선언.
청년들은 그래야 한다는 선언. 바로 이 책이 하는 말이다. 사실 그러러면 청년들이 어던 시도를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가령 기본소득(기본 배당이라는 말이 더 좋다) 등을 통해 생계 문제를 사회(국가)가 해결해준다면, 그래도 청년들 특권이 무엇인가.
실패해도 좋다. 내 삶을 살아보겠다는 의지와 행동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온갖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사회 기반을 마련하라고 하는 일도 청년의 몫이다. 그냥 주어지지는 않으니까.
과연 이 책을 일본 청년에게만 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