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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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이 쓴 짧은 소설이다. 한편 한편이 독립되어 있지만 읽다보면 서로 연결되는 소설도 있다. 물론 우리가 흔히 리얼리즘이라 부르는 소설과는 거리가 있다. 김초엽은 다양한 상황,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상황과 과학기술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음직한 상황들을 창조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통해서 현재 우리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많은 작품이 실려 있지만, 외계(인)를 다룬 소설들이 제법 있다. 외계인 하면 괴물을 연상하고, 그들이 지구를 침략하는 상황을 생각했던 과거 소설이나 영화에서 요즘은 더 나아가 외계 존재들과 공생하는 모습의 작품들이 많이 창작되고 있다.


그만큼 인간들의 사고 방식이 유연해졌다고 할 수 있고, 외계 존재와 공생하는 방식을 택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삶을 파괴하는 외계 생명체도 나오지만, 인류와 더불어 살아가는 외계 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지구촌이라는 개념을 더 넓히면 우주촌이 되기 때문에, 어차피 우주 존재들과 공생해야 하는 미래가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이 소설집에는 인공지능로봇도, 클론도, 외계인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들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간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떨 때는 외계 생물체가 지구를 잠식해 지구인들이 살아가기 힘든 상황에 처하는 상황도 그려지지만, 그럼에도 그 상황에서도 외계 생물과 공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일방적인 침략을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함께 공존하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김초엽은 우리 사회가 다양성과 함께 살아가야 함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름을 차별로 인식하고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존재도 껴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선인장 끌어안기'라는 소설에서 외부와 접촉을 하면 고통을 받는 특이한 신체를 지닌 사람 이야기. 그럼에도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껴안기를 한다. 그렇게 고통을 받아들이는 모습, 어쩌면 고통 속에서 사랑을 깨닫는 모습을 통해서, 우리들 삶을 돌아보게 된다.


고통을 마냥 회피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그 고통도 자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이런 내용을 '오염 구역'이란 소설에서도 만날 수 있다. 외계 생명체로 인해 지구 환경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살아갈 수 없게 되지만, 한 오지에서 사람들이 미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간 파견원 이야기.


그곳 사람들은 외계 생명체와 공생하는 법을 익혔다. 몸에 버섯이 돋아나고 그 버섯을 먹으면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 비록 그것이 보기 흉하고, 자신들에게 고통을 줄지라도 그들은 미치기보다는 그렇게 외계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관계만을 맺고 살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나. 그럼에도 그 상처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혔기에,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이 소설에 나오는 외계 생명체가 주는 고통을 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소설집에서는 과학기술의 발달도 예전 삶의 방식들이 사라져 가는 모습과 그것을 지키려는 소수의 모습도 보이도 있는데 제목이 된 '행성어 서점'이 그렇다. 우주의 모든 언어가 번역될 수 있는 시대에, 번역이 안 되는 책을 파는 서점. 


관광지가 되어 자신들은 읽지 못하지만 멋으로 책을 사가는 사람들. 그런데 어느날 그 책들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래, 이것이 바로 인간이다. 모든 것이 다 과학기술로 대체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 


책을 읽는 일도 어쩌면 이런 일이 속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책 읽어주는 로봇도 나올테고, 번역을 통해서 다른 나라들의 언어를 공부하지 않아도 소통이 되는 시대가 되겠지만, 그럼에도 힘들게 언어를 배워서 그 나라, 다른 언어로 쓰인 책을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책 읽은 행위도 하나로 통일될 수 없다. 책 읽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다양성이 바로 인류를 풍요롭게 하는 요소일지도 모르고, 우리는 그런 다양성의 이로운 점을 잊고 획일화로 치닫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와 비슷하다고 느낀 소설이 '포착되지 않는 풍경'이란 소설이다. 사진으로 찍을 수 없는 광경. 사진을 찍어도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그런 현상. 사진가는 어딘가에서 가장 구식의 아날로그 사진기를 구해서 찍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그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글로 표현해내려 한다. 이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풍경을 기억하려 하는 사람들이 모습을 그린 소설이 이 소설이다.


이 소설집을 통해 바로 다양한 삶이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 다양한 삶들을 서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하고. 소설집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 소설을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에서는 8편의 소설을, '다른 방식의 삶이 있음을'에서는 6편의 소설을 싣고 있다.


이렇게 나눈 부분을 이어보면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다른 방식의 삶이 있음을' 알고 함께 살아가자가 된다.


닿지 않는다는 말이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상대를 나와 동일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고 다른 존재임을 인정한다는, 즉 다른 방식의 삶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다른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짧은 분량이지만 내용은 결코 짧지 않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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