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 어쩌다 자본주의가 여기까지 온 걸까?
데이비드 하비 지음, 강윤혜 옮김 / 선순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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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다. 이제는 한물 간 사상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만큼 마르크스에 대한 연구는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에 관한 책들도 많이 줄었고. 우리나라 학계에서도 마르크스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경제학을 강의하는 교수도 많이 줄었다. 한때 서울대 김수행 교수의 후임을 놓고 설왕설래한 경우가 있었다. 김수행 교수는 우리나라에 자본론을 번역하기도 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교수였는데, 그 후임으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교수를 뽑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한 교수는 없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여전히 마르크스주의를 주장한다. 한물간 사상가가 아니라 지금 꼭 필요한 사상가라고, 우리 시대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열 때 그 열쇠를 제공하는 사람이 마르크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 여러 곳에서 마르크스의 글을 인용하고 있다.


우선 그는 자신이 마르크스주의자(?)임을, 정확히는 사회주의자임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이제 사회주의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사회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주변부가 아닌 핵심 과제로 두고 싶어하는 운동'(90쪽)이다. 그리고 이런 사회는 사람들이 부유하게 사는 사회인데, 그때 말하는 '부란 잉여노동시간을 좌지우지하는 데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과 사회 전체가 직접적인 생산에 필요한 시간 외에 이용할 수 있는 시간에서 생기는 것이다'(324쪽)라고 하고 있다.


그러니 이런 사회에서는 노동시간은 하루 6시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삶의 두 가지 기본적인 요소는 주거지에서 보내는 일상생활과 일터에서 보내는 일상적인 노동의 리듬' (274쪽)이라고 하는데, 이런 리듬이 깨진 사회가 바로 자본주의 사회인 것이다. 일상적인 노동의 리듬이 깨지면서 주거지에서 보내는 일상생활도 흔들리고 있는 상태인 사회가 된다.


그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불안과 분노에 차 있게 된다. 이들에게는 어떤 계기가 있으면 폭발하게 되는데, 그 폭발이 자본가나 권력자들에게 향하지 않고 약자들에게 향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팬데믹에 빠져 있을 때 소수자들을 향한 분노들이 어떻게 표출되었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한 이를 이용하는 정치가들이 있음도 알고 있고.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지니고 있는 내재적인 문제라고 한다. '자본의 관점에서 보는 노동이 어떤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입니다. 즉 노동은 사용가치에 불과하며, 생산에 필요한 한 가지 요소일 뿐입니다. 따라서 일회용이며, 일정한 환경과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취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그러나 노동자에게 노동은 가족의 생활이며, 사회관계이며, 공장에서 일어나는 일인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모든 것이 연결되어 일어나는 일이며, 노조의 일원으로 수행하는 일입니다.' (289쪽)라는 말로 저자는 정리하고 있다. 사람을 목적으로 대하지 않고 수단으로 대하는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라는 말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사회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지내온 것과 같이 소외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물론 사회를 바꾸는 일은 단번에 되지 않는다. 저자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자본주의 사회가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고 알리는 일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들 삶을 자유롭게 하자고, 부유한 사회에서 살아가도록 하자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우리의 과제는 현 사회에 잠재되어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살펴서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보다 사회주의적인 시대로 평화롭게 전환될 수 있도록 모색하는 것입니다. 혁명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기나긴 여정입니다.'(28쪽)라고 말하고 있으니 그 과정이 쉽지 않음을 저자 역시 지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더 힘들어진 사람들이 누구인지 우리는 온몸으로 겪고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도 알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이 틀에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한다. 물론 그 방법은 평화적이어야 한다. 지금은 폭력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그리고 폭력은 폭력을 부를 뿐이니...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그가 왜 사회주의를 주장하는지, 그리고 그런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알아야 할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는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회주의나 자본주의라는 사회체제를 떠나서 저자는 '개인의 자유와 해방의 진정한 뿌리는 하루에 6시간 노동을 통한 집단적인 행동으로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고 나머지 시간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상활 속에 있습니다'(331쪽)고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리 역시 6시간 노동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이 책은 기존 체제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다른 상상력을 동원해 해결하려는 자세를 지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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