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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지구가 멸망할 위기에 처한다. 어쩌면 지금 기후위기라는 세계적인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들 모습일 수도 있다. 무엇으로 이 위기를 타개할까? 과학기술로 충분히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추진한다.
기후위기를 줄일 수 있는 기술, 탄소 사회를 벗어날 수 있는 대체제를 개발하는 등등, 이런 과학기술 방향에 집중하게 된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3년이 되는 올해에도 강타하고 있는데, 여전히 우리는 백신과 치료제라는(물론 이는 당연히 우리가 중시해야 할 방법이고, 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여기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다른 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고 확산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의학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해결책일까? 전세계를 먼지가(더스트 폴) 뒤덮으면서 사람들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된다. 지구에서 인류는 멸망 직전까지 간다. 대응책이 여럿 있다. 돔을 만들어 돔 내부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 지하로 대피하는 사람들, 밖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위기를 극복하려는 사람들, 자신들만 잘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 등등.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들도 식물들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되었을 때 인간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을 통해 우리는 재난 상황이 인류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소설을 통해 보게 된다. 그렇다고 모두가 이렇게 살지는 않는다.
아무리 환경이 나빠도 적응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내성이 강해지는 사람들. 그런 사람의 피를 얻으려는 사람들... 내성이 강해지는 사람들을 통해 연구하려는 사람들... 계속되는 혼란이다. 이 혼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설은 세 개의 회상 장면이 주를 이룬다. 위기가 사라진 다음에 식물학자로 활동하는 아영의 어린 시절,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은 두 자매 나오미와 아마라가 들려주는 그 시대 이야기, 그리고 공동체를 이끌었던 지수의 레이철에 얽힌 기록.
이 기록은 하나로 맞물리면서 위기의 본질과 위기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를 꿰어맞출 수 있게 한다. 과학기술로 해결되었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지구가 벼랑 끝에 몰렸을 때 그 끝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빛을 주는 존재가 있었음을, 그 존재를 소설 제목인 '지구 끝의 온실'로 정했다. 온실... 따뜻한 곳. 그러나 외부와 차단된 곳. 하지만 온실은 가두기만 하지 않는다. 온실 밖으로 식물들을 내보내기도 한다. 온실은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계속 모든 식물을 온실 속에만 있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이 되면 온실은 이제 식물들을 내보내고 자신의 역할을 줄여야 한다.
소설 속에서 프림 빌리지가 해체되는 과정이 바로 이렇다. 이 공동체가 마냥 유지된다면 그것은 온실 속의 삶만 유지되게 된다. 즉 지구 끝의 온실이 그냥 지구 끝의 온실로만 남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고 지구 끝의 온실이 세상의 빛이 되기 위해서는 온실 밖으로 나가야 한다. 온실에서 식물을 연구하고 개발한 레이철이 나누어준 모스바나란 식물이 그런 역할을 한다.
공동체가 해체된 이후에 그것을 가지고 세계 각지로 흩어진 사람들에 의해 전세계 심어지고, 번식하게 되는 식물. 그 식물로 인해서 더스트 폴은 격감하는 추세로 돌아서게 되고, 여기에 세계 과학자들의 협력으로 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물질이 개발되어 인류는 그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문명세계를 이루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식물이 한 역할은 까맣게 잊혀진다. 인간이 초래한 위기를 인간이 극복했다는 과학적 사실(?)만 남는다. 과연 그럴까? 그 너머에 진실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소설은 말한다. 그래서 다시 모스바나가 등장한다. 그 등장으로 진실의 세계로 다가가는 길이 열린다. 과학기술 이전에 식물이 있었음을. 자연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런 자연과 함께 하려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모스바나에서 볼 수 있는 푸른 빛. 이 푸른 빛이 바로 소설 속 존재들을 이끌고 연결해주는 존재가 된다. 그것은 실생활에 유용하지 않지만, 그 존재 자체로 희망을 준다.
이것이다. 소설에 나오는 푸른 빛은 지구 끝의 온실이기도 하다. 이제는 사라져 남들 눈에 띠지 않지만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던 존재. 그리고 그런 존재에 대한 망각은 실용에 매몰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필요해 보이지 않지만 사실 필요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는 사실. 모든 존재는 그 존재 자체로도 존재 이유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이렇게 소설은 극한 상황을 통해서, 그 상황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모스바나라는 식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