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타버스 -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ㅣ 메타버스 1
김상균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0년 12월
평점 :
'메타버스'란 말이 자주 나온다. 이제 메타버스는 우리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거부한다고 거부할 수 없는,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디지털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김상균 교수는 메타버스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이런 언택트 세계를 메타버스(metaverse)라 부릅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새로운 세상, 디지털화된 지구를 뜻합니다. 인간이 디지털 기술로 현실 세계를 초월해서 만드러낸 여러 세계를 메타버스라 합니다. (11쪽)
이 말에 따르면 이미 메타버스는 오래 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다. 우리가 인지하고 있었든, 인지하지 못했든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의 현실세계와 더불어 존재하고 있었는데, 그 중요성을 코로나19로 인해 깨닫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갈수록 우리 삶에서 중요해질테고,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속에서도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긴 지금 인식하지 않고 있지만, 핸드폰을 산 직후부터 우리는 자연스레 메타버스 속에 들어가 있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기록되고 남겨진다. 핸드폰은 내게 편리함을 주기도 하지만, 바로 나 자신을 다른 세계에 기록하고 남겨두기도 한다. 그리고 핸드폰을 통해서 다른 세계로 진입해 들어가기도 하고.
굳이 게임이나 거창한 플랫폼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핸드폰을 사용하는 순간, 이미 메타버스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메타버스들이 존재할까?
이 책은 메타버스를 네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
한번쯤을 들어봤음직한 세계들인데, 증강현실은 몇 년 전에 포켓몬 고라고 해서 스마트폰으로 현실에서 포켓몬을 얻는 행위를 하게 하는 일들이 있어서 우리에게 알려진 세계다. 이런 게임 세계말고도 우리 감각으로 느낄 수 없는 세계를 느끼게 해주는 세계가 바로 증강현실 세계라 할 수 있다.
라이프로깅 세계라는 말은 낯선 언어인데, 이를 예전에 일기를 쓰고,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행위라고 보면 쉽게 이해된다. 라이프, 즉 삶을 로깅, 기록하고 남겨놓는 세계. 그래서 사소한 행위조차도 모두 기록으로 남겨지는 세상.
몇십 년 전에 벌어진 사건, 또는 자신이 올렸던 글도 살아남아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를 지금 많이 보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라이프로깅의 힘이다. 라이프로깅의 세계는 이렇게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코로나19로 역학조사가 강조될 때 자신의 행적에 대해서 거짓을 말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핸드폰을 통한 위치 추적이나 카드 사용내역 등으로 이들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속속들이 밝힐 수 있었다. 바로 라이프로깅 세계다. 그런 세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이런데, 능동적으로 온갖 사회적관계망서비스(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거울 세계는 우리들이 직접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면 내가 하는 것과 같은 부위의 뇌가 자극을 받는다는 사실과 같다. 거울 세계를 대표하는 메타버스가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
배달을 주로 하는 플랫폼이나 숙박을 주로 하는 플랫폼 등. 이들은 음식점을 소유하지도, 숙박 장소를 소유하지도 않았지만, 이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현실 세계와 같은 행위를 한다. 사람들 역시 현실 세계와 같이 느끼고 행동하고.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은 메타버스인데, 택시 회사를 설립하지 않아도 각자 가지고 있는 자동차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연결시켜 주는 우버와 같은 플랫폼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플랫폼들은 앞으로도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가상 세계는 친숙하다. 사실 많은 영화에서 이런 가상 세계를 많이 다루기도 했고. 게임 역시 일종의 가상 세계다. 자신이 현실에서 하지 못했던 역할들을 가상 세계에서는 할 수도 있으니, 인간은 예전부터 이러한 가상 세계를 창조해 오지 않았던가.
디지털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예술을 통해서 가상 세계를 경험했다면, 디지털 세상에서는 현실과 비슷한 세계를 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기도 하고.
이렇게 네 부분으로 메타버스를 나누어 설명하고 난 다음에, 앞으로 메타버스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를 현실에 존재하는 기업이나 연예인들의 활동을 통해서 제안하고 있다.
메타버스에 대해서 지나치게 열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비판적이지도 않게, 지금까지 발전해온 메타버스를 간명하게 설명해주고, 미래에 메타버스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도 제안하면서 책을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메타버스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메타버스 입문서로는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저자가 한 이 말도 명심하면 더 좋겠다. 우리는 메타버스를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 삶은 현실에 있다는 것을.
메타버스는 인류의 삶을 확장하기 위한 영토여야 합니다. 누군가를 위한 도피처, 누군가를 위한 수용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메타버스를 창조하고자 꿈꾼다면, 당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당신의 메타버스가 우리 삶을 어떻게 확장할지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메타버스의 사용자라면, 당신이 그 세계에 머무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세계가 당신을 삶을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 돌아봐주시기 바랍니다. ... 저는 메타버스의 활용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지만, 메타버스가 우리 삶을 대체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371쪽)
이것이 우리가 메타버스를 알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겠다. 현실에 굳건하게 발을 디디고 살아가기 위해서 매타버스를 필요로 해야 한다. 메타버스 속에 들어가 현실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