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아이들 마음부터 챙깁니다
하지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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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자고,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이 실시된 지 몇 달, 아니 한 달하고 조금 넘은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강력한 통제가 시작되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들 생활에 위협으로 다가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사람들도 이제는 백신 완료자들만 4명까지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밖에서 밥도 같이 먹을 수 없다는 말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에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 활동을 하지 말라는 강제가 통용된다.


그럼에도 공동체라고, 다른 인간들을 위한다고 이것이 받아들여진다. 다시 강력한 통제가 시작되었고, 초규범사회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도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는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우선하고, 또 참을성에 관해서는 거의 세계 최고 아니던가. 그러니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견디고 지금 우리나라를 있게 했지.


여기에 우리 조상이라고 일컬어지는 단군의 어머니 웅녀를 보자. 그야말로 인내심의 화신이다. 동굴 속에서 - 동굴은 이미 갇혀 있는, 다른 존재와 교류를 하지 않는 공간이 된다 - 쑥과 마늘로 - 얼마나 쓴가, 도대체 이것들만 먹고 견딜 수 있는가 - 버티어낸 존재 아닌가.


그런 조상의 자손이 바로 우리들이다. (이 책에 이런 내용이 나와 있다. 긍정으로 받아들이든, 부정으로 받아들이든, 우리 신화에는 이런 내용이 있으니, 우리 조상이 인내심의 화신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협조를 잘하고,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자 이런 인내심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다른 사람과 대면해 함께 지내면서 갈등하고 타협하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 어린 세대들, 젊은 세대들이 과연 이런 인내심을 획득할 수 있을까?


웅녀 정도는 아니더라도 함께 살기 위해서는 나를 내어놓고 남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내 것과 남의 것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경험을 해야 한다. 내가 실패도 하고 실수도 하고, 또 남도 실패하고 실수하고,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경험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었다. 단지 공부라는 지식 습득만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이런 학교의 중요성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다시 전면 등교는 부분 등교로 바뀌었다. 다시 아이들을 온라인 속으로 가게 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우리에겐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다. 늘 존재하는, 우리 삶에서 뺄 수가 없는 상수.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제목에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로 코로나19 이후를 생각하게 하지만, 실상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어른들이, 특히 아이를 둔 부모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진단과 처방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처방이 있는데, 그 처방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내면 안 되는데... 처방을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그것은 부모들이 선택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런 처방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으면 좋겠다.


부모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진단... 판단은 각자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아니 지금 이후의 세계는 이렇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먼저 인정할 것은, 이 시스템 안에서 상위 1~2%에 드는 '평균적으로 시험 보는 능력이 탁월한' 아이들은 분명히 큰 이득이 있고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만일 아이가 이쪽에 재능이 있다면 저는 당연히 지금의 흐름대로 가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머지 98~99%의 아이입니다. (133쪽)


자, 코로나19 시대에 우리가 우려하는 일은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깃드는 것이 아니라, 학력 저하 아닌가. 교육부에서도 학력 저하가 심각하다고, 학력 격차가 커졌다는 통계를 전면 등교의 가장 주된 이유로 삼지 않았는가. 아이들이 온라인 학습으로, 동굴에 갇혀 사회성을 잃어간다는 사실도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주된 이유는 이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이런 학습으로 결판나지 않는다. 극소수만 지금처럼 해도 잘살 수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대다수의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이게 참 힘든 일이긴 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모들은 성적, 성적 한다. 이것을 깨기가 쉽지 않다. 이런 통계가 예전부터 주어졌지만, 읽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치부한다. 사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일 수 있는데...


머리가 좋은 아이보다, 타인을 돌보고 협상할 수 있고 나눌 줄 아는 아이가 교육 수준이 높았고 임금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140쪽)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등교 수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활동을 학교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게 학교 환경을 만들고, 학생들이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느냐를 고민하고, 그 방법을 실천해서 학교가 아이들의 사회화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활동을 해야 '타인을 돌보고 협상할 수 있고 나눌 줄 아는 아이'가 나타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으로 집이라는 동굴에 갇혀서는 이런 아이가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학교만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교육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지침을 단위 학교에서 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가정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렇게라도 하자고 한다.


아이의 남는 시간을 학습지로 채우지 말고 아이를 그냥 둬 보세요. 탐색하고 끙끙대고 '와, 재미있다' 하면서 혼자 해 보는 시간을 주세요. 혼나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은 아이들의 마음에 두려움의 외적 동기 부여가 됩니다. 그보다는 해 보고 싶어서 해 보고, 아니면 말고 하는 마음으로 일단 시도해 볼 수 있는 동기 부여의 판을 부모가 펼쳐 줬으면 합니다. ... 내적 동기 부여는 아이가 십 대에 접어들면 더욱 소중해집니다. 이때는 호기심을 가지고 뭔가를 해 보려는 시도와 그에 대한 보상의 힘이 두세 배 강해집니다. (155쪽)


아이들에게 심심해 할 시간을 주라는 말이다. 심심해지면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 간다. 이것이 바로 내적 동기 부여다. 그리고 심심할 때 상상력이 발휘된다. 이런 상상력은 미래를 살아갈 때 커다란 힘이 된다. 성적이 아니라, 상상력이.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중요한 재능이 될 것입니다. 기대하고 상상하면서 떠오르는 생각 조각들을 잘 꿰어서 하나의 이야기 꾸러미로 만드는 능력 말입니다. (160쪽)


다양성의 사회에서 독립적인 삶을 만들어 갈 때 필요한 중요한 능력이 바로 상상력입니다. (162쪽)


이런 상상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않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방법, 그것은 많은 실패를 해보고, 그 실패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경험을 해야 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안전하게 실패를 경험해 볼 훌륭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놀이입니다. (170쪽)

 

놀이는 상상을 자극하고, 경계를 넘어서는 용기를 주고, 규칙을 익히고 사회성을 습득하도록 합니다. 노는 것이 공부인 셈입니다. (171쪽)


놀이, 공부.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다. 그래서 학교는 문을 닫을 수가 없다. 코로나19 이후 시대도 마찬가지다. 학교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과 같은 입시교육이 주가 되는 학교가 아니라, 아이들이 함께 지내면서 규칙을 만들고 실패를 겪으며 성장해가는 학교로 말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진단과 처방이 명확하다. 다만, 이런 처방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뿐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군신화. 웅녀는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견뎠다. 그것으로 끝인가? 아니다. 밖으로 나왔다. 환웅을 만났다. 그리고 단군을 낳았다. 동굴보다 동굴 밖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우리 민족이 존재하게 됐다. (과학적이 아니라 신화적인 이야기다. 이것을 과학으로 증명해라 하지 말고.. 그냥 우리 신화로)


코로나19 이후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동굴(온라인)로 들어가 생활하라고 할 수 없다. 동굴에도 있어야 하지만 아이들은 밖으로 나와야 한다.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어른들은 바로 아이들이 바깥으로 나와 함께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 책은 그 점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 우선 읽어야 한다. 처방을 알아야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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