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갇힌 남자 스토리콜렉터 8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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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이 우선 보통사람과 다르다. 대학 때 미식축구를 한 거한이다. 덩치가 다른 사람을 압도한다. 여기에 미식축구 경기 중에 다쳐서 뇌의 한 부분이 특수한 작동을 한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뇌를 지니게 된다.


잊지 않는다는 일, 축복일까? 저주일까? 축복이기도 하고, 저주이기도 하다. 좋은 기억이 있으면 그것을 잊지 않으니 축복이겠지만, 마찬가지로 안 좋은 기억을 잊을 수가 없으니 저주이기도 하다. 이런 기억 능력은 양날의 검이다. 어떤 쪽으로 제어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행복이 달려 있다.


데커라는 인물. 기억과 덩치. 그는 형사로 일한다. 형사, 사소한 단서도 놓쳐서는 안 되는 직업. 정의를 실현하는 직업이라고 알려져 있으니, 형사로서 덩치와 기억은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데커는 자신의 가족이 살해당했다. 이처럼 치명적인 사건을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견디기 힘든 기억이다. 최소한 데커에는 망각이 없으므로. 이 기억 속에서 그는 허우적 댈 수밖에 없다.


딸의 생일에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와 무덤에 꽃다발을 놓는 데커에게 13년 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암으로 인해 가석방이 되었다고 찾아와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한다. 무죄임을 밝혀달라고.


데커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으므로, 재수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무죄라고 주장한 사람이 살해당한다. 뭔가 이상하다? 다시 자신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데커.


여기서부터 이 소설은 시작한다. 반전에 반전,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들. 범인은 누구인가? 그 범인을 추론하는 재미로 소설을 계속 읽기 시작한다. 뜻밖의 인물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고, 그리고 그들이 또 살해당하고...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져드는데... 여기에 반전이 또 일어난다. 범인에 대한 윤곽, 13년 전 살인사건에 대한 윤곽이 점점 뚜렷해진다. 범인에게 한 발 더 다가가게 된다. 


그래, 이 소설은 그런 재미로 읽어야 한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인가? 왜 그런 살인을 저질렀나? 미국이라는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갱단, 마약, 그리고 돈... 결국 돈이라는 생각으로 사건이 정리되어 갈 무렵. 아니다. 돈이. 더 다른 문제가 있다.


소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미국 사회와 갈등관계에 있는 나라까지 끌어들인다. 좀 너무 나갔다 싶기도 하고, 007시리즈를 소설로 읽는 듯한 느낌도 들고.


살인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소설을 전개했으면 훨씬 좋았겠단 생각을 하는데... 지금은 냉전 시대가 아니니까. 그러니 오히려 살인과 경제를 연결짓고, 그 매개가 되는 돈이 사람들을 어떻게 위험에 빠뜨리는지를 서술했으면 더 좋았으련만...


이런 국가간의 음모까지 나아간 점이 좀 무리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 전까지 추리를 해나가고, 범인의 윤곽을 밝혀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범인이 누구일까를 추론하는 재미까지 있는데... 결말을 감안하고 읽으면 그런대로 흥미로운 추리소설이다.  


데커가 자신의 심리적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소설을 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고,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잊지 못할 자신의 아픈 기억을 극복해가는 모습이 잘 표현되고 있어서, 그 부분에 중심을 두고 읽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열린 결말이다. 아마도 데커라는 인물을 통해 다른 추리소설들이 계속 나오리라는 예상을 하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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