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말이 가슴을 때린다.


  "빅이슈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잡지를 만들지 않으면 됩니다. 무엇이든 인간이 만들어 내놓는 것은, 아무리 좋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해도 결국 쓰레기로 변합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도, 인간 한 명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잡지를 비롯한 여러 물건을 생산하지 않고 존재하기를 멈춰버릴 순 없으니 그 외의 것들을 해보려고 시도하는 거죠.' (8쪽)


  섬뜩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이 말에 의하면 인간이 살아가는 행위 자체가 지구에는 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필요한 만큼 쓰는 일. 더 많은 욕심을 내지 않는 일. 먹고, 자고, 입는 일부터 생각해보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필요한 만큼 먹고, 필요한 만큼만 집을 얻고, 필요한 만큼만 옷을 입는다는 일... 그 필요라는 말이 사람에 따라서는 달라질 수 있기에...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내가 쓰지 않고 버리는 일은 삼가야 한다. 버려지는 물건을 가장 작게 하는 일. 그러면 필요한 만큼에 가까워진다.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었다고 한다. 안전을 위해서 배달음식을 먹는데, 배달음식의 특성상 일회용 용기에 담겨 오는 경우가 많다. 또 식당에서도 안전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종이컵을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한번 쓰고 버려지게 된다.


내가 먹을 음식을 담을 용기가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 이는 필요한 만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한번 쓰고 버려지는 그릇들이 아니라, 한번 이상 쓸 수 있는 그릇들을 배달음식에 사용할 수는 없을까?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까? 


[빅이슈]263호에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실천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있다. 우선 일회용품이 아닌, 여러 번 쓸 수 있는 용품을 다회용품이라고 하는데, 다회용품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있다. '나 하나 실천한다고?' 라는 말보다는 '나 하나라도 실천해야지'라는 말을 할 때 지구에 쓰레기는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씻기를 잘하면 안전에도 별 문제가 없고, 지구가 감당하지 못할 쓰레기를 만들어내기보다는 내가 조금(혹은 많이)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마음이 있으면, 또 그런 불편함보다는 다회용품을 썼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글들이 실려 있다.


아직은 시작단계지만 배달음식 그릇을 스테인레스 용기로 제공하고, 음식물을 가정에서 처리하지 않고, 그 용기에 그대로 남겨서 내놓으면 수거해서 세척한 뒤 다시 음식점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고 하니... 

(이런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관심이 있다면 [빅이슈]263를 참조하면 된다)


다회용품 사용이 불편하지만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배달음식을 시키더라도 일회용품으로 와도 남은 음식물을 처리해야지, 플라스틱에 묻은 음식물 흔적을 닦고 분리배출을 하는 일보다는 그냥 통째로 내놓는 일이 더 편할 수 있다.


일회용품도 줄이고 우리도 편해지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들이 소개되고 있으니, 자활, 자립을 이야기하는 [빅이슈]다운 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편집자의 말처럼 멈춰버릴 수는 없으니 무엇이라도 시도해보려는 움직임을 보여줘 지구와 우리가 공존하는 길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빅이슈]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편집자의 말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지 않고, 우리가 실천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 말로 다가오게 해야 한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게 한 이번 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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