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 10 - 지구의 끝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서래.김옥수 옮김 / 현대정보문화사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10권. 긴 여정의 끝이다. 그런데 끝이 개운치가 않다. 인류의 미래를 제시하는 트레비스의 모습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인류의 미래가 로봇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10권까지 오는 동안 신을 대신해서 우리 의지를 조종하는 존재들을 만나왔는데, 이를 신으로 대체해도 좋다. 인간은 자유의지로 행동한다고 생각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계획 속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드디어 지구를 찾는다. 그런데 지구는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인간들이 살 수가 없다. 왜 지구가 그렇게 되었는지를 밝히기보다는 지구에 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곳, 드디어 달이다. 트레비스는 달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다시 다닐이라는 로봇을 만난다.

 

파운데이션을 시작할 때 셀던이 만났던 로봇이 다시 등장한다. 그가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이끌어왔다고 한다. 물론 그는 계획할 수는 있지만 실행할 수는 없다. 실행은 바로 인류가 해야할 일.

 

이렇게 셀던프로젝트와 연결이 된다. 즉, 셀던프로젝트는 미래를 완전히 완결지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간들이 변수로 작동하지만, 결국 그런 쪽으로 가야 한다는 당위와 연결이 된다.

 

이 당위를 실현시키기 위해 다른 인물들이 필요하고, 트레비스는 이런 역할을 하는 인물로, 이 소설 초기 셀던에 이어 후반기에 선택된 인물이다. 그렇다고 셀던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으로 끝나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400년 이상이 남아 있기 때문이고, 그 기간 동안 셀던도 트레비스도 또 중간에 나왔던 다른 인물들도 모두 사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계획이 완수되는지를 누가 확인해야 하는가? 따라서 로봇은 그때까지 죽을 수가 없다. 자신의 능력을 전수하고 인간들의 미래를 지켜보아야 한다. 인간들의 자유의지는 살아 있지만, 전체적인 방향 역시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소설은 트레비스가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인식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비록 더 많은 세월이 흘러야하겠지만. 여기서 가이아를 선택한 트레비스가 옳았음을 이야기하는데, 여전히 가이아는 닫힌 체계라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잘 납득할 수 없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블리스가 가이아이기도 하지만 개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전체적인 틀 속에서도 개인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그것이 보장되는 사회,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으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 다른 존재를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사회, 그런 사회를 아시모프는 바라지 않았을까 싶고...


가이아가 '정-반-합'에서 '합'이 되지만, 그 '합'은 완결된 존재로 있지 않고 다시 '정'이 되어 또다른 '반'을 통해 계속 변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듯 지구에 관한 비밀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에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서, 그리고 낯선 존재를 만났을 때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 소설이 시사해주는 점이 많다.

 

방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낯선 행성들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통해서 우리는 현실의 우리 모습을 살펴보게 된다. 이 소설에서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었지만, 사람들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서 살아가게 된다는 것.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지구의 위기를 생각하게 한다. 이런 소설을 읽는 이유도 낯선 세계를 통해서 우리 세계를 다시 발견하고, 우리 삶을 잘 살아가게 하는 데 있기도 하다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긴 여정이었다. 10권까지의 여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