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 8 - 가이아 공동체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서래.김옥수 옮김 / 현대정보문화사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8권. 새로운 행성, 새로운 인간(?)의 등장.


제1, 제2파운데이션이 경쟁하는 구도로 계속 갈 줄 알았는데, 이번 권에서 새로운 행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잠정적이긴 하지만 새로운 해결책이 나온다. 지금까지 변증법에서 말한 '정-반-합'으로 말하면, 구 은하제국이 '정'이라면 제1파운데이션이 '반'이 되고, 제2파운데이션이 '합'이 되어, 또다른 '정'으로 시작할 줄 알았는데...


엉뚱하게 가이아가 등장한다. 가이라, 지구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가이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 소설에서 가이아는 지구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 가이아는 현재 우리가 지구를 생명체로 여기는 인식과 비슷하게 표현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결합된 생명체... 가이아 행성에서는 어떤 존재도 따로 있지 않다.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하다못해 무기물들조차도. 이들은 서로의 감정, 생각을 공유한다. 무엇보다 이 행성은 열려 있는 듯하면서도 닫혀 있는 세계다. 


가이아인(?)들은 자신들끼리는 모든 것을 공유하지만, 외부인들과는 공유하지 못한다. 소설 말미에 잠시 나오는데, 외부인들이 가이아인들의 정신을 공유하는 시간은 아주 짧다. 그리고 더 길어지면 그들은 파멸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런 표현을 보면 가이아는 유토피아의 다른 이름이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가 살아갈 수는 없는 세계라는 뜻이 된다.


이런 세계는 결코 '합'이 될 수가 없다. 아니 '합'이 되어 다시 시작하는 '정'으로 변화한다. 이제 이 '정'을 지양하는 '반'이 나와야 한다.


이렇게 8권에서는 제1, 제2파운데이션을 대표하는 사람들과 가이아, 셋이 충돌할 위기에 처했을 때 이 셋 중에서 하나를 고를 권한을 트레비스에게 준다. 그는 자료가 없더라도 직관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특성을 제외하고, 가장 단순화 시킨다면 제1파운데이션의 과학문명, 제2파운데이션의 정신문명, 그리고 가이아의 생태문명 가운데 트레비스는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트레비스가 가이아를 선택하고, 충돌 위험에 처해 있던 셋은 각자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지니고 자기 길을 가게 된다.


이렇게 끝났으면 무언가 미진했으련만, 소설은 계속된다. 결정을 내린 트레비스는 가이아에 대해서 무언가 불안함(?)을 느낀다. 어쩌면 완벽한 유토피아란 사람들의 자율성을 제거한 사회일 수도 있다. 자신의 자율성이 제거된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그냥 자신이 스스로 결정했다고 믿고 있지만, 거대한 유기체 속에서 선택된 결정이었음을 모르고 살아가는.


이 과정을 역사의 흐름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신이 있다면 신이 만들어놓은 틀 속에서 인간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과연 인간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인간이 인간과 닮은 로봇을 만들어냈다고 하자.


이 로봇에게 온갖 프로그램을 주고 그대로 행동하게 한다. 여기에 로봇에게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한다고 인식하는 프로그램까지 주입한다면? 과연 로봇의 자율성은 있는가? 


인간 역시 신이라는 존재가 만든 로봇과 같은 것이 아닐까? 끝없이 순환하는(가이아 행성에서는 음식도 가이아이기 때문에, 삶은 가이아를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니 가이아 출신이라고 하는, 파운데이션을 위기에 몰아넣었던 뮬은 파멸할 수밖에 없다) 이 체계를 열린체계라고 하기 힘들다.


트레비스는 그를 느끼고,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왜 지구에서 찾을까? 트레비스는 로봇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로봇은 지구에서 만들어지고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런 기원을 찾는 행위는 곧 지금 세계를 이해하는 행위이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트레비스는 지구를 찾아 떠나야 한다. 지구를 찾는 일, 미래 은하제국을 건설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8권은 이렇게 충돌위기와 갈등해결, 그리고 지구를 찾아 떠나는 인물들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계속 생각하게 된다. 과연 우리는 어떤 세계를 지향하고 있는가? 우리가 원하는 '합'의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


무어라 확언할 수는 없어도 닫힌체계를 추구하지는 않으리라. 유토피아가 닫힌체계라면 그 또한 '반'의 세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으니... 우리는 열린체계를 추구한다. 그런 체계, 즉 닫혀 있지 않은 우리들의 행위 하나하나가 세계를 만들어가는 그런 체계를 추구하지 않을까 싶다.


트레비스가 가이아에서 느낀 막연한 불안감은 바로 이런 데서 왔다고 할 수 있고... 이제 소설은 지구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바뀐다. 그것이 셀덴프로젝트일까? 아니면, 셀덴프로젝트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일일까?


9권으로 가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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