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로파에서 그들의 노동에 2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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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소설. [그들의 노동에]3부작 중 2부다. 1부가 '끈질긴 땅'이라는 이름으로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였고, 그들이 땅에서 분리되기 시작함을 루시라는 인물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면, 2부는 땅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등장한다.


서서히 땅에서 멀어지며 도시의 삶으로 들어가게 되는 사람들 이야기. 우리나라 60-70년대에 농민들이 땅에서 분리되어 도시로 와서 공장 노동자가 되거나 도시빈민이 되어가는 모습을 버거의 소설을 통해서 다시 만날 수 있다.


1부가 이문구 소설을 연상시킨다면 2부는 이문구 소설에서 벗어나 조세희 소설로 가는 중간 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부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산골에서 살지만 도시의 삶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도시와 산골의 삶에 다리를 걸치게 되는데, 곧 이들은 땅을 잃게 될 것이다. 그 점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 2부의 제목이 된 '한때 유로파에서'이다.


산골 마을에 공장이 들어서고, 공장에서 뿜어내는 유독가스들로 인해 숲이 죽어가고 있는 모습, 그런 모습을 사람에 비긴다면 오딜이 사랑했던 사람이 공장에서 죽어가고, 또다른 사람은 다리를 잃게 된다.


산업노동이 사람의 삶을 죽음으로 이끌거나 장애로 만들고 있는데, 자연 파괴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도 피폐하게 함을 그 소설이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시대 변화는 어쩔 수가 없다. 오딜은 아버지와 자신이 자란 환경을 사랑하지만 도시로 나가게 되고 결국은 도시에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세상은 도시화를 벗어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땅에서 벗어나 도시로 간 사람들이 풍요롭게 살고 있느냐 하면 그것이 아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풍요와는 거리가 멀다. 그들에게는 아직 돈이 전부는 아니다. '보리스, 말을 사다'라는 소설에 그 점이 잘 드러나 있는데, 비록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 사는 보리스지만, 그는 도시라 할 수 있는 카페에서 차값을 대신 내주는 등 돈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런 그를 이용하는 사람은 도시 사람들이다. 그를 이용해 집을 얻으려는 도시 출신 부부가 나오는데, 이렇게 땅과 유리된 삶은 결국 이용당하고 만다.


결혼을 하지 못하고 혼자 살게 되거나 (아코디언 연주자), 산골에 들어와 살지만 결국 도시에서 가게를 차려 살아가게 되는 삶(우주비행사의 시간), 도시 부부에게 이용당하고 죽게 되는 삶(보리스, 말을 사다)이 2부에서 펼쳐진다.


땅과 유리되어 자신의 삶을 잃어가는 사람들. 세상은 그렇게 변해왔다. 지금은 도시가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땅과 유리된 삶, 흙을 밟아본 기억이 산에나 가야 있는 그런 시대가 되었으니...


이 소설에서는 아직도 풋풋한 풀냄새, 흙냄새가 나고 있지만, 그런 냄새와 더불어 매캐한 공장 냄새도 함께 나고 있다. 그 매캐한 냄새가 풋풋한 냄새들을 누르기 시작하고 있는 모습.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그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3부는 이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겠지. 씁쓸하게도 우리는 땅을 잃어버리고 있는데, 버거의 3부작 소설은 어쩌면 우리가 땅을 잃어가고 있는 과정을 여러 소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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