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호 한 호를 읽을 때마다 꽂히는 내용이 있는데 이번 호에서는 이항규가 쓴 '편지'라는 글이다. 편지가 글 내용의 핵심인데, 엉뚱하게도 편지보다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이항규, 편지. 74-77쪽)


  '나는 음식을 버리지 못한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학창시절 통도사에서 일주일간 머물면서 인연이 닿은 스님과의 편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님, 발우공양. 그들에게 음식은 버려서는 안 될 존재다. 꼭 스님만이 아니다. 우리 어른들 역시 음식은 버려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남아서 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나에게 주어진 음식은 다 먹어야 했다.


어찌어찌 남은 음식은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에게 주든지, 거름이 되든지 해야지, 쓰레기로 버려지는 경우는 없었다. 음식이 쓰레기가 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너무도 많은 음식이 버려지고 있고, 음식 버리지 않고 다 먹기 운동은 각자의 식성을 무시한 강요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단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급식에서는 버려지는 음식이 너무도 많아서 음식이 쓰레기가 된 지가 오래다. 단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뿐이겠는가. 개인 집안에서 버려지는 음식은 또 어떤가?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로 몸살을 앓아오지 않았던가.


이항규는 음식을 버리지 못한다고, 엄마의 영향이라고, 하지만 요즘 집에서 엄마의 영향으로 음식을 버리지 못하게 다 먹는 습관을 지닌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으로 인한 쓰레기들(음식뿐만 아니라 각종 포장 재료들까지)이 넘쳐나고 있는데...


음식은 곧 다른 생명을 내 생명을 위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 다른 존재의 생명을 빼앗는 일인데, 그 존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남겨지지 않게, 버려지지 않게 하는 일 아닐까?


그러므로 채식을 하는 이항규가 남편이 남긴 고기를 놓고 고민을 하다가 생명에 대한 예의라 생각해 남은 음식을 먹게 된다고 하는 이야기는 가슴을 울린다.


딱 필요한 만큼 음식을 만들기는 너무도 힘들다. 그렇다면 조금 부족하게 만들면 안 될까? 우리가 넘쳐나게 먹어도 좋지만, 약간 부족하게 먹으면서 다른 존재들의 생명을 존중하는 모습도 함께 살아가는 우주적 존재로서 지키면 좋은 태도 아닐까.


그렇다고 아예 먹지 않을 수는 없다. 생명으로 태어났기에 생명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러므로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도 다른 존재의 생명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도 풍요로운 세상에서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들이라니. 조금씩 덜 먹어도 우리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러다 과연 음식만 넘쳐날까? 지금 우리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집(특히 아파트)은 어떤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많은 집이 있어서 넘쳐나고, 또 누군가에게는 남들이 엄두도 내지 못하게 비싼 가격을 유지하는 그런 집들...


서로 함께 살 수 있게 분양가도 조정하고, 또 너무도 많이 소유하지 않고 적절하게 소유할 수는 없을까? [빅이슈]는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최소한 자기 몸을 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줄 수는 없을까?


지나치게 비싸게, 많이 소유하지 않고 함께 점유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나는 음식을 버리지 못한다'로 시작하는 이 글에, '우리는 지나치게 집을 소유하지 않는다'로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이번 호다. 빅이슈 260호. 


음식과 집과 더불어 임금으로 나아가면, 최저임금이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차별을 줄이는 쪽으로 작동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광화문역 5번 출구에서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는 빅판의 생애사를 읽으면서 마지막에 나와 있는 보충 설명 때문에 이 생각이 들었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선 최저임금 효력을 적용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단다. (91쪽)


이게 반대로 되어야 하지 않나?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게는 반드시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라고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이 법을 개정하라고 운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더 힘든 사람, 더 약한 사람, 더 무기력한 사람조차 살 수 있는 기본을 마련해 주는 사회, 그런 사회가 음식을 남기지 않고, 지나치게 집을 소유하지 않고, 임금을 독점하지 않는 그런 사회 아닌가 하는 생각. 그런 사회를 꿈꾸게 하는 이번 호였다.


음식-집-임금, 누군가에게는 너무 많고, 누군가에게는 너무 없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지 않는 사회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빅이슈] 260호.


덧글


인터넷에서 최저임금법을 찾아보니 조항이 이렇게 되어 있다. 여전히 개정이 안 되고 있다. 하루빨리 개정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7조(최저임금의 적용 제외)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사용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사람에 대하여는 제6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개정 2010. 6. 4., 2020. 5. 26.>

1.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

2. 그 밖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사람

[전문개정 2008.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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