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4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순녀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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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손을 놓기가 힘들다.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 삽화를 통해 보여주는 인물이 범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게 덫을 놓고 크리스티는 전혀 다른 인물이 범인임을 밝혀낸다.

 

알파벳 순서대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다음 희생자는? 단순하다. 알파벳 순서대로 가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읽는 내내 그렇게 읽어간다. 그러나 크리스티는 순서대로가 아님을 알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둔다.

 

그 마지막 살인사건으로 인해 알파벳 순서대로 살인이 일어나는 살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살인광이라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알파벳 순서는 트릭이다. 그 사이에 진정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 동기를 가리기 위해 속임수를 쓴다. 그 점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거의 끝부분에 가서야 아, 그렇구나 하게 된다. 포아로의 설명으로 우리는 얽힌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게 된다. 인간의 욕망이 살인까지도 갈 수 있음을, 거기에는 형제도 소용없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추리소설이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포아로의 모습, 그리고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엉뚱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긴장을 풀게 하고, 무의식적으로 진실을 드러내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수다를 통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탐정의 모습인데, 이처럼 우리가 놓치기 쉬운 작은 부분들에 주의를 기울여서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는 모습에서 추리소설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크리스티는 끌부분에 이르기까지 우리로 하여금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소설을 읽어가게 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반전의 매력이 더 잘 느껴진다. 진범으로 오인받아 잡힌 사람에게서 의문점이 생기게 제시하고, 뒤이어 포아로의 결정으로 나아간다.

 

또한 포아로는 범죄자가 그에 해당하는 벌을 받지 않도록 일을 꾸미고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에서 인과응보를 느낄 수 있는데, 이미 범인을 파악하고, 그가 벌을 받지 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소설을 전개하는 크리스티의 모습에서 정의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범인이라고 여겨지는 인물을 우리에게 먼저 제시하고, 우리도 하여금 포아로와 함께 그가 범인임을 증명해가도록 이끌어가면서, 결말 부분에서 전혀 다른 인물을 범인으로 제시하고, 왜 그가 범인인지를 설명해주는 전개 방식... 이처럼 크리스티는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소설을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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