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칸트인가 - 인류 정신사를 완전히 뒤바꾼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서가명강 시리즈 5
김상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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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파스칼이 한 말이라나.. 우리 인간을 다른 종과 구별해 주는 특징으로 꼽을 때 생각하는 능력은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인간은 생각하는 능력을 지닌 존재다.

 

이렇게 생각하는 능력이 잘 발현되는 부분이 바로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은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학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학교에서 철학을 잘 배우지 않고, 철학자들이 한 주장을 거의 한 문장으로 여약해 외우는 수준으로만 배우고 있으니 문제다.

 

철학보다는 철학자를 배우는 그런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철학자들이 한 주장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특히 칸트는 좋은 말을 인용할 때 찾아보고 써먹기도 하지만, 그가 펼친 철학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어렵다. 어렵기도 하거니와 차분히 들여다볼 시간도 가지지 못했다. 그냥 학교에서 배운 피상적인 내용과 여러 사람이 해설해 놓은 책들을 몇 권 읽었을 뿐.

 

이 책은 '철학은 왜 칸트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가'라는 질문을 하면서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칸트의 유명한 저작인 삼비판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칸트 철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런 칸트 철학이 철학사에서 지닌 의미만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까지 나아가서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렵다. 사실 눈에 들어오는 개념들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험적 종합판단이라는 말도 어려운데,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간다. 실천이성에서 판단력까지... 그리고 세계 평화까지... 그의 영구평화론을 보라.

 

칸트의 이상이 실현되었다면 세상은 전쟁으로 얼룩지지 않았을텐데, 하지만 칸트가 주장한 자율성, 바로 인간 중심의 철학... 물론 그는 신학을 배격하지 않는다. 당시 신학을 배격할 만한 철학을 어떻게 전개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신을 제외하고, 칸트가 주장하는 바를 따라가면 인간의 자율성, 능동성, 주체성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우리가 우리 삶에 대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에 대해서, 또 우리의 행동에 대해서, 우리의 마음에 대해서, 우리의 느낌에 대해서 칸크는 삼비판서를 통해 탐구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 철학에서 인간이 주변으로 밀려나 있었던 것을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인간은 진리를 만들어갈 수 있음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만 단순하게 이해하면 안 되겠지만 적어도 인간이 눈에 보이는 현상계를 벗어나 보이지 않는 초월적인 곳까지 나아가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은, 이미 결정된 것만을 받아들이는 상황을 넘어 인간이 결정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면 인간은 이미 있는 존재만을 발견하는 존재가 아니라 존재를 만들어가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칸트가 쓴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을 순차적으로 해설하면서 이들이 지닌 관계를 설명하고, 이 책들이 기존 관념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 책들을 통해서 우리 인식이,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렵다. 어렵지만 어렴풋이나마 칸트란 사람이 인식을 포기한 '물자체'를 도입하고 멈춘 철학자가 아니라 거기서 더 나아가려고 하는 철학자였다는 느낌을 받는다.

 

차근차근 더 시간을 내어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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