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 내 인생의 X값을 찾아줄 감동의 수학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3
최영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명 "수포자"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수학 공포심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이런 제목을 달고 나온 책이 통할까? 


한때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란 책이 많이 팔린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공부가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 학생이 다수일텐데, 이 책은 반대로 이야기하고 있으니...


다시 학생들에게 수학이 아름답냐고 물어보라. 아마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대답이 나오거나, 이상한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는 비웃움이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수학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정말로 아름답다고... 그 아름다움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다고. 그들에게는 수학은 아름다움의 절정이다. 숫자나 기호로 표시되는 너무도 아름다운 세계.


이런 아름다운 세계 속에서 그들은 황홀경에 빠져 산다. 그러다 몇몇이 기록으로 남겨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들이 발견한 수학이 알려진다. 다만, 그들이 느꼈던 아름다움을 느끼기 보다는 절망하거나, 어려움에 빠지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이 책은 수학이 지닌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의도로 썼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이 수학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느껴 수학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제라도 우리가 어떻게 수학을 가르치고 배우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2쪽)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우리나라 수학은 여전히 수학이 지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지 못하고, 오로지 정답을 찾아내는 일에 몰두하게 한다.


그것도 빠르고 정확하게 찾는. 주어진 시간 안에 주어진 문제를 모두 실수 없이 풀도록 하는 문제풀이 기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수학교육이다. 아니라고 부정하지 못하리라.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이런 바람으로 수학에 대해서 문제 풀이가 아닌, 수학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느끼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대학입시가 버티고 있는 한, 여전히 문제풀이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수학에서 만나게 되는 애매함은 견딜 수 없는 장애다.


애매함, 모호함, 불명확함, 명료하지 않음 등을 인식하고, 명료함으로, 아름답게 정리되도록 한 수학자들은 애매함을 견뎌냈다고 한다. 이런 말이 이 책에 인용되고 있다.


미래가 요구하는 창의성은 불확실한 애매함을 견디는 것이다. (로버트 스턴버그의 말이라고 한다. 186쪽)


불확실한 애매함을 견디는 힘, 그것이 창의성일텐데, 수학은 바로 이러한 불확실한 애매함을 숫자나 기호를 통해 명료하게 정리해 내는 학문. 우리가 불완전함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보다는 완전함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니. 소위 황금비율도 바로 수학 아니던가. 이렇게 불확실한 애매함을 견뎌내고 명료함, 완전함에 이르는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순간, 수학자들은 더이상 바라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시작하면서 괴테가 쓴 파우스트를 인용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겠다. 수학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그 순간 수학자들은 영혼을 악마에게 넘겨버리는 파우스트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리라.


그렇다면 수학에 대해서 지긋지긋하다고, 인생에서 수학은 학교에서 시험볼 때 또 대학입시에서나 중요하지 다른 분야에서는 전혀 자신과 상관없다고 여기는 사람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많은 수학 공식을 이야기하지 않고, 수학이 어떻게 우리들 삶에 들어왔는지, 세계를 인식하는 틀을 제공했는지 또 어떤 수학자들이 있었는지 등을 쉽게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단 한 권의 책으로 수학이 지닌 아름다움을 느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책을 읽음으로써 수학이 문제풀이보다 더 많은 면모를 지니고 있음을 생각할 수는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이렇게 기존에 갖고 있던 수학에 대한 인식에 균열을 내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수학에 질렸다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