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파라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3
후안 룰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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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문학에 관한 책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를 읽다가 발견한 작가다. 내게 좋은 책이란 바로 이렇게 다른 책으로 인도하는 책이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많이 읽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책을 통해 소개받고 읽기도 한다.


후안 룰포라는 작가는 처음 듣는 이름인데,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는 고전의 반열에 든 작가라고 한다. 특히 이 소설 "뻬드로 빠라모'는 여러가지 기법이 실린 작품으로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술적이라는 말과 사실주의라는 말.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 말이 하나로 합쳐져 환상적인 공간, 상상의 내용이 펼쳐지지만 그것이 사실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 되고 있으니... 


라틴아메리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환상을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꼬말라'라는 장소. 이곳에는 이제 사람이 살지 않는다. 이 도시는 파괴되었다. 이 도시로 뻬드로 빠라모를 찾아오는 후안 쁘레시아도로부터 소설은 시작한다. 그런데 그는 곧 죽는다. 죽는 과정이 나와 있지도 않는데, 죽어 있다. 그리고 죽은 자들이 이야기를 한다.


소설이 중간으로 넘어가면 후안 쁘레시아도는 더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이제는 뻬드로 빠라모가 등장한다. 이렇게 소설은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뻬드로 빠라모의 아들인 후안 쁘레시아도가 서술자로 등장하여 '꼬말라'가 지닌 면모를 보여주는 부분.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리고 그도 곧 유령이 되어 유령들과 대화를 한다. 또 그는 옆 무덤에서 나오는 소리도 듣는다. 이 소리들이 다시 과거로, 유령들의 세계라기보다는 뻬드로 빠라모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혼란에 휩싸인 멕시코. 피폐한 민중들의 삶. 여기에 절대자로 군림하는 토호. 이도저도 못하는 종교. 그리고 반란. 이런 면들이 모두 표현되고 있는 소설인데...


뻬드로 빠라모를 통해 토호가 온갖 비행을 저지르면서도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모습. 부패한 정부도, 이들에게 봉사하는 지식인들의 모습을 표현하면서 당시 혼란스러운 멕시코의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죗값이라고 하는데... 뻬드로 빠라모가 죗값을 제대로 치렀으면 상황은 나아지겠지만,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수사나의 죽음으로 오히려 꼬말라를 파괴한다. 죗값을 치르기는 커녕 더 큰 죄를 더하고 만다.


그의 죽음은 이러한 치르지 못한 죗값을 보여주고 있고, 그 결과 꼬말라는 안정되기보다는 계속 혼란에 빠지게 된다. 꼬말라에 사람이 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가 죗값을 치렀다면 "꼬말라'를 그 아들인 후안 쁘레시아도가 재건하는 모습으로 그렸을 텐데...


그러지 않은 이유, 그 아들이 죽어버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세가 잘못을 딛고 일어설 수 없는지경에 이르게 만든 사람. 뻬드로 빠라모. 


자, 이것은 "꼬말라"라는 환상적인 장소에서 펼쳐지는 사람들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라틴아메리카가 한동안 혼란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마술적 사실주의 표현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결코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다양한 기법들이 쓰여서 여러 길로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한다. 이제 "꼬말라"에는 더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다. 오는 사람도 없다. 


소설은 이렇게 황폐한 꼬말라로 끝나지만 라틴아메리카는 그 황폐함 속에서 다시 일어서고 있다. 아마도 작가가 "뻬드로 빠라모"의 죽음으로 소설을 끝낸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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