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7
김현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1980-90년대에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책들이 많이 번역되었다. 해방신학이라고, 기존의 체제를 옹호하는 종교가 아닌 기존 불합리한 체제를 전복시키는 종교를 주창한 해방신학. 그리고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저항시인으로서 파블로 네루다라는 이름이 알려졌다. 또한 우리나라 독재체제를 어떻게 종식시킬 수 있나 고민하면서 쿠바 혁명을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혁명에 관한 책들도 많이 번역되었다.

 

그때 처음을 라틴아메리카에 관심을 가졌다고나 할까? 어쩌면 라틴아메리카는 여전히 미지의 대륙일지도 모른다. 큰 마음 먹어야 여행을 할 수 있는. 그리고 아직도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여겨지는. 또한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와 상반되게 축구를 엄청 좋아하고 잘하는 나라들이 모여있는 대륙으로.

 

라틴아메리카 사람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내게는 '체 게바라'였다. 그 다음이 '파블로 네루다'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 거리도 멀었다. 지구촌이라는 말, 고상한 척하는 사람들이 글로벌이라고 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과거의 시야에 갇혀 있었다.

 

오장환이 시를 통해 말한 '성벽'에 갇혀 있었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 읽게 된 이 책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문학이 변방 문학이 아님을 알게 됐다. 아니, 문학에 변방이 어디 있는가? 문학은 그 자체로 모두가 중심이다.

 

문학을 지구에서 차지하는 힘의 논리에 따라 '중심-주변'으로 나누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세계문학사가 유럽 중심으로, 백인중심으로 기술되었지만,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학자들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아프리카 문학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문학을 연구하고 소개하는 사람도 늘어나게 되었다.

 

그 중에 라틴아메리카 문학, 그 중에서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루벤 다리오, 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호, 니카노르 파라'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이 변방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 사람들이다.

 

모든 문학이 중심임을, 자신들의 삶을, 표현 양식을 반영하고 있음을, 그래서 가치가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이 네 시인을 중심으로 책을 썼지만, 이들 외에도 많은 라틴아메리카 작가가 나온다. 특히 소설에서 마르케스와 보르헤스를 빼놓을 수는 업다. 이들은 어느 한 나라, 대륙을 대표하는 작가가 아니라 우리들 모두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라틴아메리카 문학이라고 해도 모두 같지는 않다. 같을 수가 없다. 문학은 문학자 수보다도 더 많은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라틴문학이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에서는 이 네 시인을 통해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문학이 무엇이었나를 보여주면서, 그들이 서로 주고받은 영향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라틴문학을 세계문학으로 끌어올린 (이런 표현은 적당하지 않지만, 당시에 라틴아메리카는 변방이었으므로, 그들에게서 변방 문학이라는 의식을 없앴다는 표현으로 생각하자) 사람으로 루벤 다리오를 드는데, 그가 그렇게 인정받게 된 이유는 스페인에서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여 변방문학이라는 의식을 떨칠 수 있게 되고, 이제 라틴문학은 주변-중심의 문제를 벗어나 그들의 문학을 하게 된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네루다가 나오고, 그와 교류를 하면서도 시집 몇 권을 내지 못했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바예호, 그리고 시를 반시(反詩)로 기존 시에 도전하고 새로운 시를 만들어가는 파라까지.

 

여기에 더해 질문과 답이라는 각 시인을 소개한 글 뒤에 실려 있는 부분에서 우리나라 시인들과 비교해 주고 있는 점이 더 좋았다. 문학은 개별적이지만 보편적이기 하기 때문에, 파라와 같이 반시를 주장하는 사랆으로 대표적인 우리나라 시인 '황지우', 바예호처럼 절망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기형도'를 들고 있으니.

 

이 책 앞부분에 나와 있는 멕시코 시인 에르난데스의 발언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카프카가 우리 곁을 지나간다. 우리는 감격하여 인사한다. 그는 우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30쪽)

 

카프카 역시 살아생전에 유럽 문학에서는 변방 아니었던가. 마찬가지로 라틴문학도 변방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들은 이 책에 언급된 세계적인 시인 4명 말고도 더 많은 시인, 더 많은 문학가들을 낳고 있다.

 

단지 그것만이 아니라 그들은 그들의 문학을 함으로써, 문학에서 '주변-변방'이라는 의미를 해체해 버렸다. 이 책은 그러한 해체의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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