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아일랜드
올더스 헉슬리 지음, 송의석 옮김 / 청년정신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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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 소설이다. "멋진 신세계"에서 디스토피아 세상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유토피아 세상을 그렸다. 그런데 유토피아란 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 곳이니, 유토피아는 존재해서는 안되는 곳이 되어야 한다.

 

"멋진 신세계"에서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되어 인간을 배아 단계에서 이미 결정하는 결정론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다면, 이 소설 "아일랜드"에서는 개인의 존엄을 인정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개인, 노동, 예술, 가정, 사회, 나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헉슬리는 이런 세상을 바란다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과연 이런 세상이 존재할 수 있느냐다.

 

제목을 아일랜드, 즉 섬이라고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겠다. 우선 다른 나라들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한다. 영향을 덜 받아야 자신들이 지닌 이념을 지켜낼 수 있다. 하지만 섬은 정체될 수 있다. 즉, 자신들끼리 행복하게 지낼지 몰라도 외부 발전과 동떨어져 있기에 외부의 침략에 대비할 수 없게 된다.

 

외부 침략에 대비하려면 그에 맞서는 기술을 갖춰야 하는데ㅡ 기술 발전이 인간 사회를 행복보다는 파멸로 이끄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일랜드와 같은 유토피아에서는 그런 발전을 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일랜드 역시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자원이나 또는 다른 나라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것을 생산해야 한다. 아무리 아일랜드라고 해도 '닫힌 체계'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비극이다.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나, 외부 세력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곳. 이것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유토피아는 사라지고 만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풍부한 석유자원을 지니고 있어 외국 세력의 노림수가 된다. 여기에 진보를 주장하는, 아마도 그것이 진보를 가장한다고 해야 하겠지만, 정치세력에 의해 팔라라는 아일랜드는 유토피아로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윌이라는 사람을 등장시켜 팔라 섬에 들어가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관찰하고 경험하게 한 다음, 그들에게 동조하게 만드는 소설 줄거리 속에서, 우리는 과연 유토피아란 가능한가 하는 질문을 해야 한다.

 

닫힌 체계만으로 유토피아를 이룰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열린 체계를 지향한다면 유토피아는 더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팔라의 경우처럼, 그들은 최소한의 교류를 원하지만, 강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는 주변국들은 그럴 의향이 별로 없다.

 

결국 유토피아는 열린 체계에서 주변국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 소설은 그렇게 한 나라만으로는 유토피아가 가능하지 않음을,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들은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지향하는 바를 추구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이나 르귄의 소설에 나타나는 유토피아는 결코 완성된, 모두가 행복한 곳은 아니다. 이들이 그리고 있는 유토피아는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완벽하지 않은,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고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 사회다. 그런 사회가 유토피아라는 것을 명심하고... 주변국과 관계를 잘 고려할 수 있어야 함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유토피아의 모습은 누구나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팔라에서는 매일 2시간의 노동을 하는데, 의무가 아닌 즐거움으로 하는 노동이 되어야 한다(228쪽)고 한다. 이만큼 유토피아에서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관계를 확립해야 한다.

 

또한 유토피아는 전쟁을 반대하고, 다른 사람보다 4-5배 이상 부유한 사람이 없는 사회(233쪽)라고 한다.

 

이 소설에 나와 있는 이 구절...지금 우리가 곱씹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기, 중공업, 산아제한을 다른 말로 바꿔보는 것도 괜찮을 듯.

 

전기에서 중공업을 빼고 산아제한을 더하면 민주주의와 경제적 풍요가 되고, 전기에 중공업을 더하고 산아제한을 빼면 빈곤, 전체주의와 전쟁이 되는 거지. (231쪽)

 

이미 중공업을 넘어서 과학기술이 이 소설이 발표된 때보다 더 앞으로 간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우리가 서로를 위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가 살아가고자 하는 사회를 상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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