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암살자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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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여러가지로 직조된 이야기들을 꿰어맞추느라 읽기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면, 2권에선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게 된다. 이야기들이 하나의 결말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소설 속 이야기 속 소설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 소설에서는 전쟁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전쟁은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한 개인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그보다는 더 사소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비껴갈 수 없는 것이 우리들 삶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정작 우리 목숨을 끊는 것은 전쟁이 끝난 다음일 수도 있다는 것.


아이리스의 동생 로라의 죽음에 얽힌 사연이 밝혀지게 되는 과정까지 소설은 긴박하게 진행된다. 그리고 결말은?


읽으면서 눈먼 암살자라는 소설 속 소설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도대체 누가 눈먼 암살자인가?


우선 암살이라는 말 자체가 '모르게' 또는 '비밀스럽게'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니, 자신의 행적을 알리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눈먼'이라는 말에서는 자신이 하는 행동을 자신도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의미가 첨가된다는 생각이든다.


소설에서 주인공과 관련된 죽음은 셋이다. 동생 로라의 죽음, 남편 리처드의 죽음, 그리고 알렉스의 죽음.


알렉스의 죽음이야 전쟁으로 인한 죽음. 세상의 흐름을 피해갈 수 없는, 그것도 당시 급진적인 사고방식을 지녔던 젊은이라면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농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알렉스는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선택했기에, 그의 죽음에는 '눈먼'이라는 말이나, '암살'이라는 말이 개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알려지지 않은, 또는 알릴 수 없는 죽음을 당한 인물은 로라와 리처드인데... 이들의 죽음이 알렉스의 죽음과 다르다고 하면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이 바로 '눈먼 암살자'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너무나 단순하다. 죽은 사람을 제외하고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아이리스와 리처드의 여동생인 위니프리드뿐인데... 위니프리드는 오로지 서술되는 인물에 불과하니...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아이리스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리스는 그야말로 어려운 시대, 집안을 지탱하기 위해 희생당한 우리들의 맏딸과 같은 역할 아니던가. 자의든 타의든, 아이리스의 결혼은 희생에 바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아이리스가 살아남았다고 해서 과연 그것이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지, 그녀는 자신의 딸과 헤어지고 딸마저도 잃고 손녀도 어디론가 떠나 만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자, 눈먼 암살자는 누구인가? 자신이 죽이는 존재를 보지 못하는 암살자. 그런 눈먼 암살자를 꼭 사람으로만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 소설에서 생기 있는 인물은 아이리스와 로라를 보살펴주던 리니와 또 나이들어 거동이 힘들어진 아이리스를 끝까지 돌봐주는 리니의 딸 마이라가 아닌가. 


이들을 침범하지 못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바로 돈으로 인한 비열함, 황금만능주의. 돈으로 권력까지 사려는 모습 등이 아니던가.


아이리스와 로라에게 닥친 비극의 원인은 무엇인가? 돈이다. 그것으로 인해 그들은 비극의 수렁 속으로 빠져든다. 리처드와 같이 돈만 지닌,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의 손아귀로.


그럼에도 소설은 희망을 지니게 한다. 아이리스가 글을 쓰는 것이다. 자신의 또 동생 로라, 딸인 에이미의 비극을 글로 남기는 것은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읽히기를 바라는 것. 그것은 읽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려는 목적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은 비극이지만, 그 비극을 넘어서고 있다. 사브리나라는 손녀 딸에게 읽히기 위해 쓴 아이리스의 글을 통해서.


이미 결말은 나와 있지만, 그 결말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가 겹쳐 나오기에 읽어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눈먼 암살자'가 누구일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그런 '눈먼 암살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1권에서 다루어졌던 눈먼 암살자와 혀를 잘린 소녀의 이야기가 왜 계속되지 않는지 소설을 읽으며 궁금해 했는데...


굳이 소설 속 소설의 이야기인 눈먼 암살자와 혀를 잘린 소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소설 속에서 탈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 그들이 잘먹고 잘살았더라 하는 이야기는 필요없는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갈지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리스에게서 혀를 잘린 소녀를 보게 되는데, 그러나 혀를 잘린 소녀는 말을 할 수 없지만 글을 쓸 수는 있다. 아이리스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말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는 않지만 글로 남긴다. 그렇게... 진실을, 그리고 희망을, 당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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