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평양아...
김찬구 지음 / 비봉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한 재미교포의 16년간 북한 사업 체험기'라고 한다. 16년간 북한을 왕래하면서 사업을 했다고 하면 북한에 대해서 많이 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정보가 많이 한정되어 있어서 여전히 내게는 모르는 곳이기 때문에, 저자가 북한을 드나들면서 겪게 된 이야기들은 내게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겠다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참 자주 북한을 드나들고, 많은 북한 사람들을 만났음에도 저자에게도 북한은 여전히 낯선 곳이다. 일이 될듯 하다가도 한순간 안 되어 버리는 곳. 약속이라는 것이 실행이 되기 전까지는 그냥 말이나 문서에 불과할 뿐이었던 곳.


여러 사업을 북한에서 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저자의 이익이 아니라 북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업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어떤 장애에 막혀 좌절하고, 돈과 시간과 정열을 흘려버리고 만 긴긴 시간에 대해서 책에 잘 나와 있다.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니 원칙대로 일이 처리 안 될 때도 많고, 또 수령과 당 중심의 사회니 그것에 배치되는 말을 할 수도 없고, 이동은 늘 안내원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사회. 만나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는, 16년이나 다녔어도 혼자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곳.


그럼에도 자주 다니다 보니 북한 사회의 행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결국 북한 사람들을 위한 사업을 제대로 하지는 못한 저자의 이야기.


그럼에도 저자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는데, 사업가의 관점에서 쓰였기 때문에 간혹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있기도 하지만 (요즘 같으면 성감수성 미비로 비판받을 말과 행동들이 있다. 그 점을 유념하고 읽어야 한다, 또 기업가들의 접대 문화 등도) 그럼에도 90년대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라고 하는 어려움을 겪는 때의 모습을, 북한 소설보다도 더 구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또 그들만의 사고에 갇혀 지내는 모습도 만나게 되고. 북한 지도부의 일처리 방식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가 있다. 그리고 북한이 폐쇄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이나 미국에 살고 있는 교포들이 북한을 돕기 위해 노력을 했다는 것도 알 수 있고.


우리가 통일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자유로운 교류가 가장 좋은 답이겠지만, 국제 제재도 있고, 또 자신들의 체제를 지키려는 모습 때문에 자유로운 교류가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제 유지를 우선시 하는 집단은 자유로운 교류를 가장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통제할 수 없는 만남은 다양한 생각을 양산하게 되고, 이것은 단일 체제를 고수하는 집단에게는 가장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쉽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런 쪽에서 찾아야 한다고 한다. 그들에게 이렇게 체제 바깥의 사람들과의 만남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아도 몇몇 소수를 제외하고는 체제 바깥의 사람들과 만남이 자유롭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다. 가장 당성과 출신성분이 좋다는 평양에 사는 사람들과도 자유롭게 이야기를 못하고, 북한을 그렇게 자주 드나드는 저자에게도 안내원 없이는 외출이 통제되는 상황, 그럼에도 저자는 아침 산책을 위해 안내원 없이 외출하기도 하는데, 이런 특혜를 받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어느 정도 북한에서 인정하는 사람도 이렇게 많은 제약을 받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 심한 제약이 있을 것이다.


저자 역시 많은 사업을 하려고 했고, 우리나라 기업과들과 북한 산업을 연결하려는 노력도 많이 했지만, 난관에 부딪혀 성사된 일은 많지 않다. 그런 저자의 고군분투가 이 책에 오롯이 드러나 있다.


저자의 사업 경험과 더불어 저자가 만난 많은 북한 사람들 이야기가 함께 실려 있어, 이 책을 읽으면 여전히 폐쇄된 사회인 북한에 대해서, 적어도 북한의 90년대 삶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게 된다.


한때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입주 등으로 교류가 이루어졌었는데, 이제는 그나마도 모두 끊겨 다시 이 책의 저자가 활동했던 시기로 돌아갔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에도 북한은 우리가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나라다. 지금 북한을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90년대 북한의 모습을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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