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고백 김동식 소설집 4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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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소설집 두 권째 읽다.


읽으면서 이 작가의 상상력이 그냥 공상에 그치지 않고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 소설집의 첫번째 소설인 '인간 평점의 세상'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서열 사회를 사는지 알게 된다. 이놈의 서열을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 세상이라면, 참 두려운 세상이다. 


수능 점수 하나로 자신의 위치가 매겨지는 이 나라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지식을 추구하여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험을 잘 봐서 높은 점수를 얻는다는 의미다. 그러니 지혜와는 상관없는, 오로지 서열을 위한 공부만이 있을 뿐이다.


악마에게도 평점을 매길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악마의 복수는? 소설의 결말을 보면 그 다음 이야기는 생략되어 있지만, 상상하면 끔직하다. 아마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좋지 않은 디스토피아가 펼쳐질 것이다. 그 뒷부분을 상상해서 채워가면서 평점 사회, 서열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생각하면 좋겠다. 


평점이나 서열이 능력주의와 연관될 때 불평등이 평생 족쇄로 사람들을 옥죄게 되면 그 사회는 행복할 수 없는 사회가 된다. 김동식 소설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외계인이 아주 단순한 일을 시키면서 최저임금만 준다는 발상. 그런데 근로조건이 너무 좋아 외계인이 제시한 일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상상. '톡 쏘는 맛'이란 소설은 노동에 관한 이야기로 읽히지만, 외계인이 최저임금을 준다는 발상을 지금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기본소득과 연결지으면, 기본소득이 꽤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설은 상상력으로 외계인을 불러냈지만, 우리는 그 외계인에게서 실현 불가능한 공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본소득 또는 기본배당이라는 우리 삶이 최저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보장장치를 보게 된다.


김동식 소설집 첫권에서도 그랬지만 기발한 상상력이다. 그런데 단지 기발한 상상력에 그치지 않고 자꾸 현실을 소환한다.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경쟁, 경쟁, 인간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모습, 내 삶만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살아가는 태도 등등... 소설을 읽으며 우리 사회 곳곳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전혀 다른 세계가 소설 속에 펼쳐지는데도 이상하게 자꾸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된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게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제목이 된 소설 '양심 고백'은 우리가 써 나갈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양심 고백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더 필요한 양심 고백은 무엇일까?


그렇게 양심 고백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는 점점 좋은 쪽으로 변해가지 않을까? 자본의 논리가 아닌, 인간의 논리, 한정된 지구, 우주의 논리로 우리 삶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짧은 소설들로 경쾌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집이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깊이 있게 생각할 수도 있는 소설들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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