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와 불평등 -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다는 믿음에 대하여
홍세화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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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평등해 보인다. 능력주의란 말.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다는 말. 그래 자신이 한 만큼 대우를 받는다는데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능력만큼이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무엇이 능력일까?


능력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능력은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그 개인을 둘러싼 환경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음을 이 책 여러 곳에서 지적하고 있다.


내가 가진 능력이 오로지 나로서만 얻어진 것인가 하면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때 유행했던 아이큐 검사를 요즘은 신뢰하지 않는다. 아이큐 검사가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결과도 특정 집단에 유리하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능력도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능력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가족간 릴레이 경주라고 한다. 이미 한참 앞서 달린 가족에게서 이어받아 달리는 사람과 한참 뒤쳐진 가족에게서 이어받아 달리는 사람은 이미 출발선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그들이 발휘하는 능력은 이미 차이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능력주의가 평등하다고? 이 책은 능력주의가 또다른 불평등을 낳고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능력주의가 어떻게 공고하게 유지되는지를 보여주는데, 그 능력주의를 내면화하는 것이 바로 학교다. 학교는 시험을 통해서, 서열을 정함으로써 능력주의를 스스로 받아들이게 한다.


철저하게 서열화되어 있는 학교를 12년간 다니다보면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는다는 것에 반대하는 생각을 할 수조차 없게 된다. 그렇게 대학까지 16년을 다니고 사회 생활을 하게 되면 능력주의는 우리 사회를 견고하게 지탱해주는 이념이 된다.


그래서 능력주의는 공정을 외치게 된다. 결과의 공정이 아니라 기회의 공정이다. 기회가 균등하지 않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능력에 따른 결과를 오로지 개인에게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나만의 능력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환경들의 총합이 능력으로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발선이 잘못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회가 평등하지 않음을, 능력은 결코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과를 능력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배분할 수가 있어야 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한다. 필요에 따른 결과의 배분은 기회의 불평등을 보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문제는 이것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해결책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공립대학의 평준화 이야기도 나오고, 학교에서 서열화하는 시험을 폐기하는 방안도 나오고, 기본소득을 지급하여 최소한의 생계 걱정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하자는 방안도 나오지만, 여전히 해결책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다.


그래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 책은 소중하다. 능력주의가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불평등을 낳는다는 인식을 사람들이 공유한다면, 그 다음에는 능력주의로 인한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딱 한 가지만 기억하기로 했다.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다는 믿음은 착각이라고. 능력에 따른 차별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고. 진정한 공정이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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