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제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손보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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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내 세계를 잠시 잊기 위해서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내 세계를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그냥 다른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서,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기 위해서 들어가기도 한다.


그만큼 소설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열린 세계다. 비록 소설 속에서 닫힌 세계로 나타나더라도, 읽는 사람에게는 열린 세계다. 언제든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그런 세계. 특히 단편 소설은 그렇다. 


이번 젊은작가상 3회 수상작품집에서는 세 방향의 낯선 세계로 들어간다. 먼저 따스한 세계다. 그냥 읽으면서 잔잔하다, 덤덤하다고 느끼는 그런 세계. 그럼에도 그 세계 속에서 위안을 느낀다.


김미월이 쓴 '프라자 호텔'과 황정은이 쓴 '양산 펴기'가 그렇다. 두 소설을 읽으면 그 잔잔함에, 그리고 어려운 현실을 잠시 잊고 무언가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이 두 소설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따뜻한 세계, 인정과 위안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잠시 마음을 편하게 놓아두게 된다.


두번째 세계는 미로의 세계다. 길을 잃은 세계. 여기서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도 있지만, 영원히 미로에 갇혀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김성중이 쓴 '국경시장'과 이영훈이 쓴 '모두가 소녀시대를 좋아해'다. 현실에 없는 세상에 들어가 경험을 하지만, 자신의 기억을 팔아 다른 물건을 산다는 설정은 자신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자신을 잃은 사람은 살아갈 수가 없다. 국경시장의 인물들이 현실로 나오지 못하고 마는 것은 이러한 이유다. 자신의 기억을 판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다는 것이니까. 물신에게 자신을 파는 행위는 결국 파멸로 끝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영훈 소설은 미로에 들어가지만 나온다.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배설을 한다. 미로 속에 갇힌 삶에서 그것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한다. 그러므로 이 인물에게는 새로운 길이 나타날 수 있다.


세번째 세계는 닫힌 세계. 서로가 서로에게 벽을 쌓고 사는 세계다. 손보미가 쓴 '폭우'와 김이설이 쓴 '부고' 그리고 정소현이 쓴 '너를 닮은 사람'은 함께 하지만 결코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이 세계는 철저하게 닫혀 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문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되는 설정이나, 갈등이 있을 때 문을 닫고 나가는 행위(폭우), 오로지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하고 일을 추진하는 모습(부고), 나에게 보이는 나의 또다른 모습을 부정하고자 하는 행위(너를 닮은 사람)들이 표현되어 있다.


이렇게 이번 작품집은 서로 다른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자,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하나의 세계로 정리할 수 없다고. 이보다 훨씬 많은 세계가 있다고. 당신은 소설을 통해서 어떤 세계를 경험하고 있냐고.


아니, 소설의 세계를 통해 당신은 어떤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냐고 묻고 있는 듯하다. 2012년에 나온 소설집이지만, 이 소설집에 나온 세상들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들은 여전히 소설을 통해서 수많은 세계를 들락거리고 있다. 나는 어떤 세계에 살고 싶은가? 나는 어떤 세계를 만들고 싶은가?


소설을 통해서 더 많은 세계를 만나는 일은 내 세계를 더 다양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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