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2
카밀로 호세 셀라 지음, 남진희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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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모자이크와 같다. 한 사람을 중심으로 사건을 이끌어가지 않는다. 마드리드 어느 골목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 한 명 한 명의 삶이 표현되고 있다.


시간 배경은 그리 길지 않다. 며칠이 전부다. 그렇지만 그 며칠 새에 그들이 살아온 삶들이 드러나고 있다. 모두들 자신만의 경험을 지니고 살아가지만, 이들의 삶은 어딘가 비틀어져 있다.


스페인 내전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 스페인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데... 시작은 카페를 중심으로 거기에 모인 사람들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하나 사연을 지니고 거기에 모여들게 된 과정이 나오게 되는데...


특별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사건들이지만, 이 사람들의 삶이 중산층의 삶이라기보다는 빈민층의 삶에 더 가깝다.


물론 중산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 자신의 몸을 팔아 사는 여인들, 돈이 없어 다른 사람의 돈으로 지탱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스페인 내전 이후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하면 되겠는데, 벌집이라는 제목처럼 사는 곳 또는 쾌적하지 않다. 그리고 벌이 들락날락하듯이 이들 역시 자신들의 집을 들락날락한다. 


집이 결코 편안한 휴식처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 소설은 줄거리를 찾기 힘들다. 그리고 많은 인물이 나와 인물들 이름을 외우기도 힘들다.


또 이 인물 저 인물이 수시로 나왔다 퇴장하여 어떤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를 파악하려면 꽤 읽은 상태여야 한다. 그러면 이제 퍼즐조각이 맞춰지듯이 인물들의 삶이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한다.


스페인 내전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하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소설의 작가는 프랑코 반군 쪽에 가담했던 사람으로 공화파들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그렇지만 소설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쓸 때,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그가 표현하는 스페인 내전 이후의 스페인 사람들의 삶은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먼 하루하루 살기 힘들게 서술되고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드러내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스페인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비참한 삶을 기록으로 남기면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더 나아가게 된다. 도대체 이 사회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런 사회를 개선하려면, 또 이런 사회에서 어떤 삶이 최선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내전 이후 스페인 사람들의 삶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점이 이 소설이 지닌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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