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세계라면 -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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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우주다. 우리 몸은 세계다. 그런데 세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 방대한 세계를 다 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우주라면 어떨까? 우리는 아직도 우주의 일부만을 알고 있다.  또 알고 있는 것이 잘못된 사실일 수도 있다.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우리 몸 역시 마찬가지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우리 몸에 대해서 많은 것들이 알려졌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수준도 많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원인을 알 수 없는 병들과, 또한 치료가 힘든 불치병, 난치병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라고 하는 암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 몸에 대해서 잘 알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다른 존재에게 넘겨주고 있다. 특히 의사들에게. 우리나라 의사들의 권위적인 모습을 보라. 그들이 진료 거부를 할 때 주장했던 것을 보면 그들이 지닌 자세를 알 수 있다. 전교 1등에게 진료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공부는 못하지만 의사가 되고 싶었던 사람에게 진료를 받을 것인가라고 당당하게(?이건 당당이 아니라 뻔뻔이지만) 주장하다가 그것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모습을 생각하라.

 

이들은 우리 몸을 재단한다. 자신들이 판단한다. 그리고 그 판단이 맞다고 옳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환자의 죽음으로 이어지더라도 그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오로지 환자의 잘못이다. 수많은 의료사고에서 의사들의 과실을 증명하기가 얼마나 힘든가. 그만큼 의사들이 잘못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의 카르텔이 공고하다는 얘기다.

 

이 책에 나오는 제멜바이스의 예를 보면 의사들이 우리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많음을, 그리고 그들이 그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세에 대해 알게 된다. 자신들이 시체 만진 손을 닦지 않아 산모들을 감염시켜 죽음에 이르게 했음에도 인정하지 않았던 의사들. 그것을 밝힌 제멜바이스는 오히려 의학계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음을 이 책에서 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자본의 힘에 굴복하는 경우도 있다. 거대 자본으로부터 연구비를 받고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담배와 관련된 일들은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수많은 사실 중에서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사실들만 골라 그것이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이유로.

 

여기에 어떤 약은 개발이 되고, 어떤 약은 개발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에서 주로 걸리는 병들에 대한 치료제 개발이 더딘 이유는, 그것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서글픈 이유를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또한 그들이 지니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은 무척 힘들다.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같은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관념에 도전하는 의사는 배척당하기 일쑤다. 이 점을 이 책 6장에서 다루고 있다.

 

통념이 된 의학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존의 관념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것도 합리성을 추구한다는, 소위 과학적 사고를 한다는 의사 집단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우리 몸에 대한 통제권을 찾아와야 한다. 주체적인 인간으로 서야 한다. 4장을 보면 사람들의 끝, 즉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끝을 맺는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이 세상을 떠나는가? 아니다. 병원에서 의사들에게 자신의 끝을 맡기고 있다. 연명치료라고 하는 것들...

 

이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라고 한다. 그리고 건강이 과연 개인적인가? 여기에 대해서 고민하라고 한다.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건강이 개인의 문제일 수가 없다. 내가 잘 못 챙겨서 병이 걸렸다고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사회적인 문제가 깊숙히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일란성 쌍둥이도 자신이 자란 환경에 따라서 각기 다른 질병을 앓고, 그들의 건강한 생활에도 많은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러니 건강은 개인의 책임도 있지만 그보다 더 사회의 책임이 크다는 것.

 

하여 건강은 정치와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3장에서 말해주고 있다. 이것은 2장도 마찬가지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사람들의 몸을 가지고 어떻게 식민정책을 펼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이 책은 우리 몸을 통해서 사회, 문화,정치, 경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렇기에 우리 몸은 바로 우주라는 것. 이 우주를 소중하게 여겨야 하고, 주체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읽기에도 쉽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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