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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개정판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문자라고 한다면, 읽기와 쓰기는 그러한 활동의 완성일 것이다. 문자로 쓰고, 그 문자를 읽는 행위. 그것을 인간은 자신의 삶을 더욱 깊고 넓게 만든다.
이 책은 소설가 김영하가 읽기에 대해서 쓴 것이다. 그가 읽어온 책들을 여섯 분야로 정리해서 쓰고, 우리에게 그것을 읽게 하고 있다.
즉, 김영하는 읽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우리는 읽다라는 제목에 맞게 그 글을 읽는다. 읽기를 통해 김영하가 생각하고 깨우치고, 자신의 삶을 풍부하게 했던 것들을 통해서 우리 삶에 또 하나의 결을 보태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내가 그동안 읽어온 책들, 특히 나를 작가로 만든 문학작품들에 바치는 사랑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206쪽)
그는 자신이 읽어 온 책들에게 사랑 고백을 한다. 우리는 그 사랑 고백을 다시 읽으며 나는 도대체 어떤 책들에게 사랑 고백을 할 것인지 생각한다.
참 멋진 구절들이 많다. 이 구절들이 김영하가 새롭게 쓴 구절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뽑아온 구절들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이 책에서는 김영하의 것이다.
읽기는 바로 이런 것이다. 다른 사람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문자라는 대상으로 표현된 그 무엇을 읽기를 통해 내것으로 만드는 행위가 바로 읽기인 것이다.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지만, 첫부분에서 이 책은 이미 성공하고 있다. 고전에 대해서 한 말로, 사람들로 하여금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고전을 읽으면서 그냥 '읽는다'른 말 대신에 '다시 읽는다'라는 말을 한다고.
고전은 당시를 넘어서는 무엇이 있는 것. 그래서 안 읽었어서 읽은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여러번 읽어도 늘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는 것. 그러므로 고전은 '다시'읽는 것이 된다. 이는 자신이 읽어서 알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되고 오만한 생각이었는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김영하는 독서의 가치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독서는 우리 내면에서 자라나는 오만(휴브리스)과의 투쟁일 것이다." (28쪽)
자신이 부족함을 깨닫게 하는 것, 그래서 겸손해지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읽기다. 이런 글들이 계속되면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악당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왜 소설에서는 악당이 선한 사람보다 더 자세하게 표현되고 있는가?
그것은 우리 안에 있는 악함을 돌아보게 함이라는 것, 악당이 그냥 악당이 아니라 매우 복잡한 악함을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음을, 사람은 단순하게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이루어지고 있음을, 그래서 사람을 복합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문학, 특히 소설이라는 것을 자신의 읽기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읽는 인간이라는 말이 통할 정도로, 사람들은 늘 읽는다. 읽는다고 의식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늘 읽고 있다. 그것이 문자가 아닐지라도 우리는 모든 것을 읽는다.
읽는 행위는 바로 사람의 본질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런 읽는 행위에 문자로 된 책을 읽는 행위는 한 차원 더 나아간 행위가 된다. 어떻게 읽기가 우리 삶을 넓고 깊게 만들 수 있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또 읽으면서 많은 작품을 만나게 된다. 이미 읽었다고 알고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가 언급한 작품들은 많이 언급되는 작품들이고, 어렸을 때 명작이라고 꼭 읽어야 할 필독도서에 든 책들이니.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김영하가 고전에 대해서 느꼈던 감정을 김영하 글을 읽으며 그 책들에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다시 읽고 싶어지게 한다. 내가 읽으면서 발견하지 못했던 점을 다른 사람이 발견하고 이야기해주고 있으므로, 다시 읽으면서 과연 그런가 찾고 싶고, 또 다른 면도 찾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책에 흥미가 떨어진 사람, 이 책을 읽으면 좋다. 다시 흥미가 생길 것이다. 도대체 왜 책을 읽어야 할까 생각하는 사람, 책을 읽어야 할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읽는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