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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발언 1~2 세트 - 전2권 - 김종철 칼럼집 ㅣ 발언
김종철 지음 / 녹색평론사 / 2016년 1월
평점 :
늦게나마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2015년에 발간된 책이다. 무려 5년이 지났다. 하루가 멀다하고 급속도로 변하는 이 시대에 5년이면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들이 구태의연한 주장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가 실현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김종철 선생이 이토록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것들을 하나하나 이루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발언'은 해야 한다. 발언을 하지 못하는 사회는 발전이 없는 사회다. 왕조시대였더 조선시대에도 발언을 막지는 않았다.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었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지금 시대에 발언이 자유롭지 않은 경우가 많다.
권력의 힘으로 발언을 막는 경우도 있지만, 권력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권력에 알아서 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회적 압력으로 자유로운 발언을 막는 경우가 있다. 자신들에게 쓴소리가 되는 발언을 똘똘 뭉쳐 막으려는 모습을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발언은 소중하다.
이렇게 사회적 압력에 자체 검열을 하여 발언을 삼가고 있는 지식인이 많기 때문이다. 지식인들이 발언을 삼가고 있으니 곡학아세하는 어용 지식인들의 말들만이 판치게 된다. 제대로 발언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럴 때 김종철 선생의 이 [발언]은 너무도 소중하게 다가온다. 지식인. 소명을 지닌 지식인.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옳다고 여기는 일에 대해서는 발언을 아끼지 않은 사람.
그의 발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핍박받는 사람, 사회적 약자들이 당당히 살 수 있는 세상.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공생공락의 삶에 대한 발언이다.
그래서 그는 성장주의를 추구하는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대농을 중심으로 하는 기계농, 화학농에서 벗어나 소농 중심의 농업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기본소득을 도입해 최소한 생계 걱정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에 정치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사람 몇을 바꾼다고 세상이 변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최소한 시민의회는 가능하다고, 숙의민주주의 역시 가능하다고,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정치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추첨민주주의(제비뽑기)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성장제일주의를 버리면.
몇 년에 걸쳐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읽으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그 당시 김종철 선생이 주장한 것들 중에 지금 우리가 이룬 것이 무엇이 있나 생각하니, 더욱 답답하다.
경제는 여전히 성장제일주의고, 비례대표제를 개혁한다고 했는데, 세계 제일의 꼼수로 비례대표제를 완전히 무력화 시켰으며, 난개발을 반대했지만, 그 난개발이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후위기에 대해서 그토록 많은 발언을 김종철 선생이 했음에도 기후위기는 여전하다.
소농중심의 농업 정책을 펼치자는 주장이 계속되어 왔으나 농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현실. 교육도 마찬가지고.
어쩌면 이 발언들이 소위 말하는 위정자들에게 가닿지 않았을 수 있다. 하긴 김종철 선생이 원한 건 자신의 발언을 위정자들이 듣고 정책을 실현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김종철 선생이 원한 것은 자신의 발언들에 대해서 시민들이 공감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것이었다.
위정자의 시혜가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쟁취하는 것. 깨달은 시민들이 공생공락의 삶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그가 하는 [발언]이었다. 이 [발언]이 공허한 울림에 그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은 우리가 할 일이다. 이제는 우리가 [발언]해야 할 때다. 우리가 [행동]해야 할 때다.
김종철 선생의 발언은 충분히 들었음으로. 그가 충분히 말했음으로. 두 권으로 역인 이 책 [발언], 여전히 유효하다. 이 발언들이 과거의 주장이 되었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이 [발언]은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