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
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 메이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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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따스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마음이 편안해졌다. 좋은 책이란 이렇게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나무가 사람들에게 기쁨과 위안과 휴식을 주듯이, 좋은 책도 그런 역할을 한다. 하긴 책을 이루고 있는 종이가 바로 나무 아니겠는가. 그러니 책은 나무와 같은 역할을 한다. 누가 뭐라 해도 책은 나무 역할을 해야 한다. 숲 역할을 해야 한다.

 

우종영의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이 나무라는, 숲이라는 생각을 했다. 읽는 내내 이렇게 편안하고 마음이 따스해질 수가 있다니... 얼마 전에 제주도 사려니 숲길을 걸으면서 느꼈던 감정, 비자림에서 느꼈던 그런 감정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좋다. 숲길을 걸으면서 세속의 이기심을 내려놓고, 세속의 경쟁심을 내려놓고, 그냥 숲이 주는 편안함에 나를 맡기는 경험. 내 삶을 돌아보며 더 잘 살기 위해서 마음을 다지는 경험. 그런 경험을 책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책이다.

 

옛날에는 내나무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남자 아이라면 소나무를 심고, 여자 아이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고. 여자 아이가 시집갈 때 그 나무로 가구를 만들어 함께 가게 하고, 남자 아이가 자라 죽을 때 관을 만들어 함께 가게 했다는 내나무.

 

그렇게 나무를 사람에게 귀속시키는 일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 책은 반대로 나무에게 사람을 귀속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니 귀속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함께'라는 말이 어울린다. 나무와 사람이 또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무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 그리고 나무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생명을 유지한다.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나무 역시 빛을 받기 위해 경쟁을 한다. 그러나 그 경쟁에 비리가 끼어들지는 않는다. 또한 홀로 바위에서 살아가는 나무도 있지만, 함께 지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나무들도 있다.

 

다 다른 나무들, 다 다른 생활방식들,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무들. 환경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나무들.

 

나무는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어쩌면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정 나를 위한다면 남을 위할 수밖에 없다. 나를 위한다고 남에게 해를 끼치면 결국 그 해는 자신에게 돌아온다. 세상이 어떤 존재도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무를 보며 인생을 배울 수 있다. 나무 의사라고 하는 우종영의 글에서는 사람이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와 사람은 동등한 존재라는 것. 그가 나무 의사라고 해서 나무의 생명을 무조건 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나무의 상황에 맞게 치료를 하는 과정이 나와 있기도 한데... 이렇게 남을 위한다는 것이 내 입장에서가 아니라 그 존재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함을 나무를 통해 겪은 일화를 통해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와 나무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의 글 하나하나는 나무고, 그 글들이 모여 숲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우종영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 어울리는 나무를 떠올린다고 한다. 그 장면을 읽으면서 나에게 어울리는, 아니 나는 어떤 나무와 비슷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 삶을 어떤 나무처럼 살아가게 할까를 생각해 보는 시간, 앞으로도 내 삶을 표현할 수 있는 나무를 찾아봐야겠단 생각을 한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으로 삼은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는 말은 너무도 잘 들어맞는 표현이다. 

 

책의 숲에서 노닐며 내 마음을 놓아두는 것도 이토록 좋은 일임을, 이 책을 통해서 깨닫는다. 요즘 힘든 나날이다. 이 힘든 나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책이라는 숲에서 우리들도 휴식을 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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